권대웅 도농교류센타 간사

▲ 권대웅 마을 간사
투박한 부산사투리로 맞이한다. 보이는 겉모습도 딱딱하기만 하다. 하지만 2시간여의 시간동안 들여다 본 그는 정 많고 가슴 따뜻한 진안사람이었다.
 
·마을 간사 활동
권대웅(50)씨. 그는 현재 진안군 도농교류센타 간사로 올해 1월부터 활동 중이다. 부산토박이였던 그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진안과 인연을 맺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인연의 끈은 그가 귀농에 대해서 처음 생각했던 10년 전부터 이어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실상사 귀농전문학교를 다녔어요. 9주 과정인데 군청 마을 만들기 팀장인 구자인 박사님이 1꼭지의 강의를 맡고 있었습니다. 그때 진안군 마을 만들기 정책 등에 대한 강의도 듣고 백운면 동창마을에서 현장실습도 했었지요."

10년 전부터 귀농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백운면 동창마을로 왔던 귀농전문학교의 현장실습은 권대웅씨의 진안 정착에 확실한 계기가 되었다.

"백운면 동창마을 최영윤씨 집에서 지내며 마을 일손 돕고 제 노동력에 대해 시험하고 있을 때, 그가 마을회의에 갔다가 마을 간사 모집 원서를 가져다주더라고요. 처음에는 마을 간사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지역에 대한 희생과 봉사정신이 필요해 보였던 마을 간사는 지역주민과 떨어져 혼자 편하게 사는 귀농을 꿈 꿨던 그와는 맞지 않은 것이 어쩌면 당연할 터였다. 하지만 그는 진안과 인연도 맺고 귀농의 준비단계로 생각할 겸 마을 간사에 지원했다.

그렇게 2006년 11월 귀농 후 2007년 12월까지 정천면 마조마을 간사로 14개월을 활동해 온 권대웅씨. 그는 마을 간사로 지내면서 그가 지역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기보다 더 많은 도움을 받으며 지역공동체로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해 배웠다고 말한다.
 
·무거마을의 작은 변화
정천 마조마을에서 살던 그는 작년 7월 무거마을로 이사했다. 마을의 고령화 비율이 70%가 달하는 이곳에 권대웅씨는 작은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무거마을은 현재 시범사업인 '참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부지원사업이 전혀 없었던 마을인데 마을 어르신들과 이야기해서 사업을 시작했지요."

100% 주민 스스로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무거마을 사람들. 권대웅씨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뭉친 주민들의 단합과, 공동체 의식의 복원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시골에 살면서 농사는 친환경이어야 한다고 느꼈다. 올해부터 집 앞 텃밭에 수박, 고추 등 10여 가지의 채소 농사를 친환경으로 시작한 그는 마을에 우렁이 농법도 소개했다.

"부귀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을 보고 마을 어른들에게 소개를 했어요. 그래서 현재 2분이 우렁이 농법으로 벼농사를 짓고 계십니다. 올해 잘 되면 내년에는 더 많이 해 볼 계획입니다."

'하자'라고 강제적으로 말하기보다 새로운 것을 소개하고 마을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권대웅씨. 이처럼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무거마을 중심에는 그가 있었다.
 
·"무거마을 향우회, 어때요?"
"고향을 사랑하는 무거마을 출향인 모임을 만들고 싶어요."

어른들의 노후가 편안했으면 하는 게 권대웅씨의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절에만 잠깐 다녀가는 타지에 사는 자녀들의 고향마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권대웅씨는 지난 설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지도 않고 마을 소식지를 만들어 돌렸다. 그리고 빔 프로젝트를 이용한 영화도 준비했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았지만 어른들의 행복한 노후를 바라며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그의 꿈에 한 발짝은 뗀 셈이다.

도시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사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다양한 공부와 활동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권대웅씨. 그는 현재 도농교류 활성화센타 간사라는 역할을 벗어나 평범한 지역 주민으로 온전히 마을 속으로 들어갈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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