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 보건소 한방기공체조교실·

▲ 한방기공체조교실 수강생들의 얼굴에는 늘 함박웃음꽃이 피어 있다.
한방기공체조교실(강사 최구원)을 찾았다.
보건소에 어르신들의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머리가 하얗게 세어 버린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는 어르신들이지만 매주 목요일 보건소에서 한방기공체조를 배운다는 것은 절대 잊지 않는다.

한방기공체조실, 기공체조에 어울릴 법한 고요한 음악소리가 들리는 것도 잠시뿐, 최구원 강사가 힘차게 박자에 맞추어 목소리를 내자 음악소리가 온데간데 없이 묻혀 버렸다. 이에 어르신들도 수업 내내 하하하, 호호호 박장대소하며 거든다.

어르신들은 주로 박수를 치면서 건강 돌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손바닥에 손바닥을 치며, 손바닥으로 배를 통통 치기도 하고, 손바닥으로 허벅다리를 치기도 했다.
최 강사는 체조 수업 내내 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하나, 둘, 셋 아이고 시원하다~!"라고 외치며 손바닥으로 어깨를 통통 쳐내려갔다.
"하나, 둘, 셋 신장~", "하나, 둘, 셋 간장~"

최 강사의 구호는 아주 단순한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계속 듣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인다.
어르신들은 온 몸이 건강해진 표정으로 "아이고 시원하다~", "신장~", "간장~"이라며 열심히 구호를 따라한다.

서로 마주 본 어르신들, 쎄쎄쎄라도 하듯 서로의 손바닥에 손바닥을 치며 즐거워했다.
최 강사가 "사랑합니다."라고 말하자 서로 마주보며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는 어르신들. 건강은 웃음에서 비롯되고 웃음은 서로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을 어르신들이 온 몸으로 말해주는 듯 했다.

그동안 힘든 농사일을 하며 제대로 몸을 돌보지 않았던 애꿎은 죄책감이 드는 것일까, 몸을 쓰다듬는 동작 하나하나에 애정을 한가득 담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마음 한 구석이 아려왔다.

불현듯 최강사가 한 발로 지탱해 서며 "한 쪽 다리로 몸의 중심을 잡아봅니다. 인간의 뇌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소뇌와 대뇌 중 소뇌의 기능이 제대로 활발하지 않으면 한 발로 중심 잡기가 어렵다고들 합니다."라고 말하자, 어르신들은 저마다 한발로 지탱하기에 여념이 없다.

뇌가 망가졌단 소리는 죽어도 듣기 싫건만, 그래도 몹쓸 몸은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애써서 지탱하려 해도 중심 잡기는커녕 1초도 서있기 힘들다.

한참을 중심잡기에 여념이 없던 어르신들, 그런데 갑자기 최 강사가 "하하하"웃기 시작하더니 어르신들도 무슨 재미난 것이라도 본 듯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했다.

"와하하하하, 사랍 잡네, 아이고, 웃겨. 하하하."
"깔깔깔, 웃겨 죽겠네, 아하하하"

갑자기 이유 없이 바닥을 뒹굴 기세로 배꼽이 빠질 듯 웃는 어르신들. 이유도 모른 채 어르신들의 신나는 웃음에 절로 모르게 주위 구경꾼들도 자연스레 웃음보가 터졌다.

"웃는 것에 이유가 꼭 있어야 하나요?"

황당한 최 강사의 이유 없는 '웃음 난리' 덕분에 실컷 웃고 나니 몸과 마음이 다 개운해 지는 기분이다.
이날 한방기공체조교실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하나같이 웃음이라는 묘약에 취한 듯 했다. 어르신들의 눈가에 걸린 주름이 웃음을 타고 흐르는 매주 목요일, 어르신들의 활짝 핀 미소가 부러운 날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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