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행사의 주최 측은 내빈의 참석여부에 꽤나 신경을 쓴다. 내빈소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참석한 내빈을 빠뜨리고 소개를 못한 경우가 생기면 송구스러워 어쩔 줄을 모른다. 결례를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내빈소개가 관행이 되다보니까 혹시 자신이 내빈소개에서 누락되면 화를 내는 인사도 있다. 그러나 주최 측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단순 실수일 뿐이지 내빈을 고의적으로 소개에서 제외시킬 리는 만무하다.

행사에 사람을 초청하고도 소개를 안 하는 것은 결례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내빈을 엄격히 해석하면 내빈이 아닌 경우가 많다. 가령 면(읍)민의 날에 참석하는 군수, 지역구 도의원, 군의원 등은 그 행사의 주체들이지 내빈이라 할 수 없다.

내빈이라 해도 새삼스레 소개를 하는 것이 민망한 경우도 있다. 가령 관내 각 사회단체의 구성원은 거의 교차 가입되어 있다. 또 늘 보는 얼굴들이다. 늘 보는 얼굴들끼리 다른 단체의 행사라고 해서 따로 내빈으로 소개받는 것은 쑥스러운 일이다.

또 "군정발전을 위해 진력하시는 아무개 님" 등의 상투적 수사도 듣기 민망하다.
어쨌든 엄격한 의미의 내빈은 타지에서 그 행사를 위해 찾아준 손님을 가리키는 말이라 하겠다. 그런 내빈이야 당연히 소개해야 한다.

한편 국민들의 눈높이가 달라졌음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과거의 수직적인 지배구조가 통하는 권위적인 시대가 아니라 수평적인 민주시대를 살고 있어 대통령의 권위도 인정하지 않는 판이다.

국민들의 민주의식은 수직적인 위계를 인정하지 않는 판에 아무리 관행이라 해도 내빈소개라는 이름으로 위계를 조장하는 행동은 감각적으로도 좋게 받아드리기는 어렵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빈들은 단상에 마련된 자리에 앉히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주최 측이나 내빈이나 군림하는 것처럼 보여 민망했는지 이제는 그런 자리배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아직도 내빈들의 자리는 옆줄 등에 따로 배치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것도 위계를 가르는 처사이므로 지양함이 옳겠다.

이제 내빈소개는 민주적이고 수평적 방법을 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빈을 따로따로 호명하여 박수를 유도하는 방법은 지양하고 한꺼번에 내빈의 직책과 이름을 알린 뒤에 공동으로 박수를 받게 하는 방법이 부담이 없겠다.

한편 과공(過恭)은 비례(非禮)라는 말이 있다. 풀이하면 '지나친 섬김은 예의가 아니다'는 말이다. 내빈들에게 정중한 예우로 대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지나치면 그 내빈이 부담스러워 한다.

행사의 주체이든 내빈이든 평등한 입장에서 편히 대하는 것이 민주사회의 올바른 행사문화라 본다.
따라서 전근대적인 내빈소개의 관행에서 빨리 벗어나야 하겠다.

참고로 내빈소개가 요란한 행사장에는 가급적 참석을 꺼리는 사람이 비단 필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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