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김주환 진안치과 원장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의 힘에 밀린 이명박 대통령은 대운하포기와 의료보험 민영화, 공기업 민영화 등을 유보했다. 그러나 이제껏 보여 준 이명박 정부의 행태로 보면, 언제든 빈틈이나 기회가 엿보이면 재시도할 것이 분명하다. 주권을 가진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얼마 전 '식코'란 영화를 봤다. 미국의 민영화된 의료보험제도의 실상을 보여주는 영화다. 환자 스스로 자신의 찢어진 상처를 꿰매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실재 있는 일들을 모아 만들었다. 손가락 두 개가 잘린 사람은 엄청난 진료비 때문에 두 개를 모두 봉합하지 못하고 하나의 손가락은 포기해야 했다.

한국에서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이자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충격이다. 비슷한 경제 수준의 민영화되지 않은 다른 나라에서는 훨씬 좋은 의료보험 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을 이 영화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경을 넘어 이웃한 캐나다로 가서 치료받는 사람들. 심지어는 경제적으로 아주 낙후된 쿠바까지 찾아가 의료서비스를 받으며 감사의 흘리던 미국인들의 눈물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의료보험이 민영화되면 과연 대다수 환자에게 이익이 될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이미 증명되었고 결론은 내려져있다. 그러나 끊임없이 민영화를 추구하는 집단이 있다. 그들은 민영화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보험회사다.

이윤 추구가 목적인 보험사들은 가입자로부터 많은 보험금을 받아내고 경영 합리화란 이름으로 지출을 최소화 할 것이다. 최고의 이익이 목적인 그들에게는 국민건강은 관심 밖의 일이며 가난하고 병든 사람보다는 건강하고 돈 많은 사람 위주의 보험을 지향하게 될 것이다. 결과는 뻔하다.

지금의 보험제도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가난한 저소득층이다. 부자들이 민간의료보험으로 빠져나가면, 늘 적자에 허덕이는 공공 의료 보험으로 받는 서비스는 계속 줄어들 것이다. 가난한 사람만 남은 의료보험에서는 아파도 병원을 찾아가 진료를 받기란 당연히 어려워지게 된다.

돈 없으면 아프지 말아야하고 아파도 그냥 참아야 한다. 그 반대의 보험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 많은 돈을 지불하는 만큼 최고의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다. 치과를 예를 든다면, 아무리 아파도 신경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과, 치과 임플란트도 의료보험으로 치료 받는 사람으로 나뉘는 것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의 관점에서 보아도 의료 보험 민영화는 과연 바람직한가!

얼마 전 남원시에서 경영 합리화를 이유로 상수도 민영화를 추진했다가 많은 남원 시민들이 오랫동안 끈질지게 반대해 결국 포기했다. 과거의 정부에서 한국 전력도 민영화하려했지만 이루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로 거의 모든 공기업을 민영화할 계획임이 알려져 있다.

최근 촛불의 위력과 물가의 압력으로 주춤하지만 여론의 추이를 봐가며 다시 기도할 것이다. 조,중,동으로 대표 되는 보수 언론은 민영화를 요구하는 여론을 조작해내고 있다. 재벌의 이익과 조중동의 이익이 같기 때문이다. 보수 언론은 재벌의 목소리를 대신하기도 하지만 그들 스스로 언론 재벌이 돼 방송 민영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들 내에서 방송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 또한 치열하다. 최근 D언론으로 방송이 넘어가기로 돼있다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

공기업의 민영화가 왜 잘못이냐고? 공기업이란 공적인 성격을 가진 기업이다. 물, 전기, 의료제도, 철도, 통신(이미 민영화되었지만), 도로, 토지 등은 모든 국민이 함께 누려야할 성격의 것이기 때문이다. 공적 기업이 민영화돼 개별집단의 이익만을 추구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최소한을 제외한 모든 국민이 받게 된다.

앞서 민영화했던 영국 등에서는 다시 철도나 전기를 공기업화하고 있다. 이미 민영화의 부작용이 다 드러났음에도 이명박 정부는 민영화만이 경영 개선의 방법인양 호도하고 있다. 공기업의 경영이 방만[放漫]하다면 고쳐나가면 된다.

마치 점령군처럼 임기가 남아있는 경영진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자신들의 측근들을 배치해 민영화를 꾀하고 있다. 거대 공기업을 민영화를 통해 인수한 재벌집단들은 그것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얻을 것이다. 엄청난 이해가 걸린 이런 거래는 항상 떡고물(수천억, 수조가 될 수 있는 떡고물)이 빠질 수 없으니 꿩 먹고 알 먹기다.

힘없는 국민들만 늘 피해자가 된다. 촛불로 잠시 주춤하는 이명박 정권, 앞으로도 끊임없이 잘 지켜보고 감시해야한다.
죽은(척 하는) 쥐도 다시 보자. 촛불이 잠시 주춤한 사이 벌써 쥐가 사람을 잡으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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