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사람이 사회를 이루면서 교역을 위한 일정한 장소를 정했는데, 그곳을 저잣거리라 불렀다. 한자로는 시장(市場), 또는 장시(場市)라 부르기도 한다.

대도시는 저잣거리가 상설로 운영될 수 있었으나 중소도시나 시골은 여건상 일정한 날을 정했다. 이른바 장날이다. 우리나라는 보통 5일장을 채택했다. 인근의 고을들은 가급적 장날을 겹치지 않게 하여 장꾼들이나 이용자들의 편의를 도모했다.

당시 5일장은 가히 축제였다. 딱히 장터에 용무가 없는 사람도 장날이면 나와 구경하고 지인을 만나 돼지고기 내장 안주를 곁들인 막걸리를 놓고 회포를 풀기도 하였다.

그런데 시대가 변하면서 장터풍경도 사라져갔다. 진안군도 1970년대만 해도 11개 읍면 모두 시장을 열고 장옥(場屋)이 있었으나 차츰 사라지고 지금은 진안읍 장날만 남았다.

진안읍 장날도 예전 같지 않다. 장구경이나 지인과의 만남 때문에 장터를 찾는 경우는 드물고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한 식품류와 값싼 생활용품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찾고 있다. 그나마도 대형할인점에 밀리고 있다는 게 상인들의 얘기다.

사람들은 흔히 재래시장의 체감경기를 두고 나라 전체의 경제상황에 빗대기를 즐겨하지만 재래시장의 경기가 나빠지는 이유는 꼭 경제가 어려워져서 만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의 변화와 시대의 패러다임의 변화에 재래시장이 부응하지 못하는 결과라는 지적이 더 설득력이 있다.

그래서 각 자치단체들은 시장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재래시장을 현대식 건물로 지어놓았지만 막상 시장경기가 좋아졌다는 사례는 흔하지 않다. 현대식 건물이니 환경은 좋아졌겠지만 취급하는 물건의 품질, 접근성의 불편, 정찰제의 미시행, 카드미사용 등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해서일 것이다.

진안군에서도 내년 10월까지 진안읍 재래시장을 현대화한다고 한다. 그런데 시장기능이 향상되지 않고 건물만 멋지게 지어서는 의미가 없다.

시장 상인들과 주민들의 의견도 충분히 경청하고 다른 지역의 성공(실패)사례도 충분히 검토하여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특히 지역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대도시의 시장패턴을 따라 상가를 형성하면 위험하다. 지역에서 발이 넓은 사람은 인삼조합의 수삼센터를 이용할 수가 없다고 한다. 상인들과 거의 면식이 있기 때문에 특정한 점포의 물건을 팔아줄 수가 없어 출입을 못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는 배달을 시킨다는 것이다. 이처럼 좁은 지역사회에서는 동종업소가 밀집하고 있으면 공멸할 위험이 크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접근성의 문제인데 주차장을 한곳에만 두면 그쪽이 요지가 되어 상인들의 입주시 입지를 놓고 큰 분쟁이 일어날 우려도 크고, 이용객의 불편도 크다. 이를 해소하려면 규모가 작더라도 주차장을 여러 곳에 조성하고 출입문도 균등하게 배치함이 좋을 것이다.

다만 지금 요지라고 하는 대로변 쪽은 차등을 두어 전체적으로 형평을 기함이 좋을 것이다.시장기능을 십분 발휘할 진안읍 재래시장 현대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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