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면 구신리 박종기 씨

▲ 박종기씨
"귀농, 귀촌도 아니고 귀향이라고 볼 수 있죠. 뭐 특별한 이야기가 있나요."
박종기(64)씨는 2006년 11월 고향을 떠난 지 58년 만에 돌아왔다. 자녀들을 모두 결혼시키고 아내와 함께 노모를 모시며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은 마음에 귀향이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다시 성수면 구신리로 돌아왔다.

◆고향에서 제2의 인생
"처음, 고향으로 내려갈 계획을 아이들에게 말했을 때 말렸어요. 하지만 나중엔 수긍하더라고요."

시골 생활을 반대하던 자녀들에게 앞으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있는 것이 부모로써 해줄 수 있는 도움이라며 자녀들의 동의를 얻었다는 박종기씨.

그는 지금 부인과 함께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시골 생활이 즐겁기만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이 좋지 못했던 여든일곱 살의 노모가 시골에 내려와 살면서 건강이 좋아졌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귀향을 결심하면서 새롭게 지은 집이예요. 아버지가 손수 지으신 옛날 그 집을 수리해서 살고 싶었지만, 집이 낡아 쉽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아내를 위해서라도 다시 지어야 했어요."

아내역시 성수면 구신리가 고향이지만 그의 권유로 고향으로 내려올 결심을 했기에 그는 불편한 옛 집보다 새로운 집을 짓고 농촌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고마움을 전했다.

작년까지 농사는 전혀 안 하다가 올해 330㎡(100평)의 텃밭에 여러 가지 농작물을 심어 소일거리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부인을 보며 박종기씨는 아내가 농촌생활을 재미있게 즐기는 것 같아 다시 한 번 귀향한 것에 대해 옳은 결정이었다고 느낀다.

"밭에 나가 풀 메고 있는 아내에게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니 재미있다고 하네요. 아, 그리고 이번에 감자를 수확했는데 주위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8박스를 포장해 택배로 보냈어요. 시골에 내려와 사니 이런 소소한 재미가 있네요."
 
◆지역 알아가기
"아내는 일주일에 세 번씩 문화의집에서 하는 요가교실, 노래교실에 다니고 있어요. 저는 성수면 게이트볼 회원으로 마을 어르신들과 게이트볼을 치고요."

게이트볼을 치러 나오는 동네 어르신들의 연령대가 대부분 70대라 비교적 젊은(?)축에 속하는 박종기씨는 처음 그 속에 섞이기가 참으로 어색하더란다. 하지만 고향이라고 해도 오랜 시간 떠나 있었던 탓에 낯설게 된 마을과 사람들을 알고자 그는 게이트볼을 치러 나온다.

"성수가 마을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어서 지역 알기도 어렵고, 사람들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 이렇게 게이트볼 구장에 나오니 운동도 하고 동네 어르신들과는 많은 친분을 쌓아가고 있어 좋아요."

처음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귀향을 생각하고 있다는 그의 말을 들은 주위 사람들은 귀농이나 귀촌을 했을 때, 거부감을 가지는 마을 사람들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하지만 그는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이기에 어려움은 극복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귀향을 결심했고 1년 7개월이 되어가는 이때까지 특별한 불편함과 어려움 없이 지역에 섞여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원구신마을 '효자'
"우리 마을에는 16가구가 살고 있는데 이장 집하고 저희 집에만 자동차가 있어요."

박종기씨는 마을에서 효자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교통이 불편한 마을에서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손발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마을에서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젊은(?)이 이기에 보건소에 가서 약도 가져다 드리고 면사무소 볼일을 보러 가는 분들을 모셔다 드리기도 한다.

"선거 날이나 예방검진 등, 행사가 있을 땐 마을 이장과 함께 번갈아 가며 봉사하고 있어요."
인생의 남은 시간을 건강하게 살고자 한다는 박종기씨는 말한다. 사회는 혼자 사는 것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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