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언젠가 기자들의 방담기사를 본 중에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민완기자가 되고 특종을 터트리려면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라는 물음에 상당수의 기자들은 출입처에 들어갈 때는 아예 얼굴에 철판을 깔고 들어가라고 했다.

세상물정 모르는 올챙이 기자들이 출입처에 들어가 깍듯이 예의를 차리다가는 특종은커녕 겨우 보도자료나 달랑 받기 예사란다. 그러나 그래서야 기자노릇 하기 어려울 터이니 점점 연륜이 쌓이면 기자로 살아남는 법을 배우게 된단다.

즉 나이로 치면 애비 빨도 넘는 머리 하얀 국장, 과장 등의 의자에 허락 없이 앉는 것은 예사이고 책상에 발까지 올려놓고는 "어이 국장, 뭐(소스) 좀 없어?"하고 반말지거리는 기본이란다. (소스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오면 국, 과장의 책상 서랍을 마음대로 스르륵 열고는 "없기는 왜 없어 이건 뭐요?" 하고 서랍에 있는 1급 비밀(?) 서류를 집어 들면 해당 국,과장은 사색이 되어 흥정이 들어온다고 한다. 이래야 겨우 건수를 올릴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건 물론 좋은 관행은 아니다. 그러나 위법은 아니다. 기자가 몰래 서류를 훔쳐가는 행위는 물론 불법이지만 당사자가 보는 앞에서 서랍을 열거나 서류를 뒤지는 행위는 도덕적으로는 문제일지 몰라도 이를 처벌할 법조문은 없다.

더구나 기자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 그처럼 비난받아가면서도 임무를 수행한다고 숭고한(?) 직업정신을 내세우기도 한다. 실로 기자들이 취재하는 방법은 007이 무색할 정도일 수도 있다. 그래도 절차상 약간의 잘못은 '국민의 알권리'라는 명분으로 덮어지기도 한다.

공직자들은 자신의 직무가 까발려지는 것을 본능적으로 싫어한다. 그래서 별로 비밀도 아닌 것도 기자들에게 공개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렇다고 기자들이 순순히 물러나면 기자노릇 못해먹는다. 여기에서 공직자들과 기자들과는 마찰과 긴장이 거듭되기도 하고 적당히 공생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그런데 공생관계는 관언 유착으로 비쳐질 수 있으므로 적당한 긴장은 유지되는 것이 정도라고 하겠다.

이번 <진안신문>을 보니 진안군과 진안신문 간에 긴장관계가 도를 넘은 것 같다. 이를테면 <진실게임>인데 진안신문 측에서는 자사 기자가 공직자의 서랍을 뒤지고 컴퓨터를 마음대로 켠 사실이 없는데도 부군수가 그러한 사실이 있는 것처럼 말하여 그 기자와 진안신문의 명예를 훼손시켰다고 공개질의를 하여 해명과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부군수는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다. 통례로 보아 이런 건은 진실규명이 어렵다.

아니 진실을 규명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 그 일이 사실로 보이지도 아니하지만 만일 사실이라고 해도 기자로서 그리 비난 받을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을 방지하려면 오히려 당국에서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면 된다. 정보를 공개해 주는데 도덕적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허락 없이 공직자의 서류를 뒤질 기자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부군수의 언행이 만일 사실이라 해도 진안신문의 대응은 지나쳤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부군수의 발언은 공개리에 이루어진 게 아니므로 만일 문제가 있었다 해도 다른 방법으로 항의했어야 할 일이지 지면에 공개질의를 한 것은 비례의 원칙을 벗어났으며, 또 지면을 신문사 스스로 사유화했다는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관언이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서로 룰은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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