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교통지킴이 최신형 씨

▲ 오전 봉사활동을 마무리 하는 최신형씨. 정복을 갖추어 입은 어깨가 유난히 늠름하다.
지난 10일 오전 8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간, 진안초등학교 교정에서 최신형(진안읍·41)씨를 만났다.

하늘색 제복에 정모를 쓰고 보잉 선글라스를 쓴 최 씨는 흡사 경찰관을 떠올리게 한다. 거기다 직접 운전하고 있는 '질서계도차량'도 겉으로는 경찰차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그는 경찰관이 아닌 무진장여객에 종사하는 버스기사다.

직접 제작한 질서계도차량을 타고 관내 질서 바로잡기에 앞장서는 이른 바, '우리 학교 교통지킴이'로 통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전라북도 모범운전자협의회 진안군지회의 회원인 최신형 씨가 진안초등학교 등굣길에 늘 아이들이 무사히 학교에 갈 수 있도록 오랜 기간 교통정리를 해온 탓에 붙은 별명이다.
그는 오전 7시30부터 8시 30까지 진안초등학교 앞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것을 '근무시간'이라고 불렀다.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찰청에는 모범운전자협회에서 한 달에 8번씩 초등학교 앞 교통정리를 하도록 되어있어요. 하지만, 관내 회원들 대부분이 택시 운전을 하는 분들이에요. 반면에 저는 버스를 운전하니 상대적으로 시간적인 여유가 있습니다. 그런저런 이유로 혼자 하다 보니 1년 동안 해야 할 교통정리를 혼자서 할 때도 있어요."

93년도에 협회에 가입해서 활동을 해온 최 씨는 협회에서 진행하는 봉사활동에 항상 앞장서왔다. 쉬는 날에는 주로 교통질서를 계도한다는 최 씨는 쉬는 날에 장날이 겹치면 터미널에서 주정차 계도나 교통질서를 정리하는 등 쉬는 날에 제대로 쉬는 법이 없다. 최신형 씨의 말을 빌면 '쉬는 날에 봉사활동을 제대로 해야 진짜 쉰 것 같다.

지난 마령면에서 열린 합동결혼식에서도 신혼부부들을 차에 태우고 용담호를 순회하는 등,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남을 위해 늘 헌신하고 봉사하는 그.

"처음에 아내(신효원·32)가 반대를 많이 했습니다. 쉬는 날에 가족과 함께 있어주지 않고 늘 밖에서 남 지키고 있다고요. 제가 좀 고집이 세거든요. 돈은 못 벌망정 하고 싶은 것은 꼭 하고 마는 성격이죠. 어느 순간부터는 아내가 이해를 많이 해주더라고요. 이런 제 이기적인 성격을 이해해주는 아내가 늘 고맙죠."

무진장여객 버스기사 최신형 씨는 다른 시·군·도를 갔을 때, 스쿨존이나 주정차제도가 잘 되는 것이 늘 부럽다. 직업도 아닌데 참 이상하다는 그는 우리 군이 교통질서에 너무 무감각한 탓도 있다며 한숨을 짓는다.

"다윤이(진안초5)와 대권이(진안초3)가 학교에서 부모님 직업을 물을 때, 아버지가 버스기사라고 하면 창피해 하지 않을까 늘 신경이 쓰여요. 운전업종에 종사하면서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지만, 아이들 생각하면 가끔은 '그냥 경찰이 될 걸' 하고 후회도 합니다."

마무리를 하며 늘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직업을 가진 아버지가 되고 싶은 최신형 씨. 오히려, 현실에 만족하며 남들을 위해 봉사하는 지금의 모습이, 다윤이와 대권이, 그리고 아내 신효원 씨에게 세상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아버지, 남편은 아닐까.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