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천면 백화리 양희연씨 가족

▲ 양희연씨가 제공한 사진 속 가족의 모습에서 행복이 보인다.
흑백의 꽃 사진과 함께 주소와 이름,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직접 연분홍 색지를 오려 만들었다는 것이 일반 명함과는 다르다. 하지만 수제 명함이라는 이유보다 이 연분홍 명함이 더 눈에 들어왔던 건 '인동초와 풍경소리'라고 적힌 글자 때문이었다. '인동초와 풍경소리' 명함에 적힌 이 글자가 주는 호기심이 크게 다가왔다.
 
◆행복한 귀농의 시작
'인동초와 풍경소리' 있는 그 곳에는 현재 심태형(46), 양희연(41) 부부와 딸 지현(안천초 4)이가 살고 있다.
저 멀리 건너 마을이 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공간에 자리한 이들 가족의 보금자리. 그 곳에서 만난 양희연씨는 작은 것에 행복해 하며 소박한 삶을 가꿔가고 있었다.

"이곳의 햇살이 너무 좋았어요. 땅은 마을 이장님이 연결해 주셔서 땅을 팔지 않겠다던 주인을 졸라서 겨우 샀지요."

양희연씨 시어머니 고향이 부귀면으로 진안과의 인연의 끈이 맺어져 있던 이들 가족이 안천면 백화리 맑은시암배실마을로 이사 온 지 3년이 지났다. 공군장교 출신으로 긴장된 생활에서 벗어나 편한 생활을 원했던 남편의 뜻에 따라 귀농을 결심한 이들 가족은 지금까지 시골생활에 잘 적응해 가고 있다.

"서울에서만 생활했던 남편이 시골생활을 그리워했어요. 그리고 육체적 노동을 하더라도 마음만은 편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해왔거든요. 시기가 빨라지긴 했지만 빨리 귀농해서 일찍 정착하자는 생각으로 왔습니다."

처음 시골로 내려올 결정을 하고 이들 가족은 마을회관에서 기거하며 집을 직접 지었다. 이층집으로 아담한 다락방까지 갖춘 이 집의 주재료는 통나무와 진흙이다. 귀농하기 전 남편 심태형씨가 집 짓는 동호회 회원으로 가입해서 여기저기 다니며 직접 배운 기술로 지은 이들 가족의 안식처.

주위의 자연과 아름답게 어우러진 집이 양희연씨는 아직 미완성이란다. 지금도 남편이 틈틈이 여기저기 손보면서 집을 더 예쁘게 만들어가고 있다고 하니 진짜 완성된 이 집의 모습이 내심 궁금해진다.
 
◆자연과 함께 하는 생활
"처음 귀농해서 벌레를 제일 무서워하던 아이가 이제는 자연과 친구가 됐어요."

작은 벌레에도 엄마를 찾던 아이는 시골생활 3년이 지나고 나니 봄에 보는 뱀에게까지 오랜만에 봐서 반갑다고 인사를 전하는 경지(?)까지 올랐다. 가끔씩 만나는 친척들이 도시로 가고 싶지 않냐는 물음에 시골이 너무 좋다고 말하는 딸을 보면서 희연씨는 잘 적응하고 밝게 자라주는 것에 고맙다.

"친구들과 맘껏 뛰어놀고 자연과 어울려 다양한 추억도 쌓고, 여기 생활을 너무 좋아해요. 그리고 딸이 그림이나 글을 쓴 걸 보면 상상력이 참 풍부해졌다는 것이 느껴져요."

엄마는 텃밭에서 고추, 옥수수 등 친환경 농산물 재배하는 재미에, 딸은 닭장에서 계란도 꺼내오고 부화된 병아리 돌보는 즐거움으로 시골생활에 만족함이 가득하다.
 
◆시골에서 발견한 특별한 행복
"시골로 귀농을 생각했을 때, 문화적 혜택은 이제 못 보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러나 보게된 느티나무 앙상블 공연은 정말 특별한 행복을 전해주었죠."

경운기 타고 가던 아저씨를 멈추게 하고, 지팡이 짚고 걸어가던 할머니를 세웠던 군청 느티나무 아래서 펼쳐진 느티나무 앙상블의 공연.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된 이 공연은 양희연씨에게 시골생활에서 느낀 또 다른 행복이었으며 아름다운 음악회로 그녀의 마음 한 켠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족은 지난 일요일 점심 메뉴였던 라면을 가까운 계곡에서 끓여 먹고 돌아왔다. 곳곳에 너무도 좋은 계곡이 많아 가끔씩 찾는다는 희연씨. 그렇게 이들 가족은 시골생활을 하며 발견하는 작고, 특별한 즐거움을 찾아 가족 추억 앨범을 채워가고 있었다.
 
◆체계화 된 귀농모임 필요

"앞으로 민박을 생각중이예요. 그리고 도시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맡아서 시골학교에서 공부하는 산촌유학같은 일도 계획 중입니다. 먼저 방학동안 주위에 아는 사람들의 자녀들부터 시작해보려고요."

 그녀의 꿈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사는 것 자체가 부자라고 말하는 양희연씨. 그녀는 마지막으로 진안 귀농인 모임이 좀 더 체계화되었으면 한다는 말과 함께 그 모임이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귀농인을 지역에서 떠나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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