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신용사회가 정착된 선진국들에서는 제품광고에 반드시 물건 값을 기재한다. 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조처다.
소비자들은 구매욕구와 물건 값을 고려하여 구매를 결정하기 때문에 상품의 광고에는 당연히 그 상품의 가격이 명시되어야만 소비자는 광고만 보고도 그 물건의 구매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당연한 일이 우리나라에서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 이는 우리나라 상관행이 아직도 후진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의 대열에 서기 위해서는 이런 후진적 상관행에서 하루 빨리 탈피해야 한다.

예전의 장터에서는 장꾼과 손님 사이에는 으레 흥정이 오고갔다. 장꾼은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 하고 구매자는 한 푼이라도 더 깎아야 했기 때문에 힘겨루기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상인은 손님이 꼭 그 물건이 필요한 사람인가, 또 구매력은 있는가를 살펴 흥정을 해야 했기 때문에 관상쟁이가 다 되고 구매자는 구매자대로 바가지를 안 쓰려고 포커페이스를 하는 둥 서로 스트레스가 대단했다.
이런 건 사실 서로 간에 불필요한 낭비고 폐단이었다.

흥정을 하는 습관 때문에 순수하고 정직한 사람이 항상 손해 보는 세상이 되었고, 사람들의 거짓말이 늘었고, 또 거짓말을 죄악시 하지 않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래서야 신용사회가 될 리 없다.

그렇지만 사회가 점차 다원화되어 가면서 생필품 차원을 넘어선 여러 가지 제품이 쏟아져 나오자 가격정보를 모르고 일일이 흥정을 할 수도 없게 되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정찰제를 시행하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은 선호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곳이 값이 싼 것도 아니었다. 실상 백화점의 물건 값이 비싸다는 것은 정평이 나있다.

그럼에도 그런 곳으로 손님이 몰리는 것은 재래시장이 아직도 잘못된 장사관행을 고수하여 정찰제의 시행을 미루고 있는 점도 큰 몫을 한다.

소비자 심리는 당연히 바가지 쓰는 것을 싫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물건 값의 정확한 정보도 모르고 흥정을 하게 되면 상인으로부터 핀잔어린 대답을 듣기 일쑤여서 자존심을 구기기 십상이다. 그러니 뉘라서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재래시장을 이용하겠는가.

실상 농수산품, 또는 식품류나 저가의 공산품은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편이 훨씬 유리한 경우가 많지만 현대의 소비자들이 재래시장을 외면하는 것은 재래시장이 소비자의 바뀐 패러다임을 이해하지 못하여 과거의 잘못된 장사관행에 갇혀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이 있다.

또 하나 재래시장의 맹점은 카드를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카드는 편리성 말고도 소득공제의 편익이 있어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가는 데도 시장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장사에 치명적이 될 수밖에 없다. 진안시장내 카드기를 비치한 점포는 매우 드물다.

재래시장은 경기 탓만을 할 게 아니라 새로운 소비문화에 순응할 자구노력을 펼치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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