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론>

▲ 이규홍 새진안포럼
어느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적이 있는데 사회자가 청중들에게 나를 '환경운동가' 로 소개를 했던 적이 있다. 순간 당황했다.

내가 환경운동가였던가? 딱히 내세울 공적인 직함도, 직업도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의 면을 세워주기 위해 그렇게 소개를 했으려니 짐작은 하지만 진짜 환경운동가들이 들으면 코웃음을 칠 일이다.

될 수 있으면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자제를 하는 편이긴 하지만 나도 무심코 차창 밖으로 담배꽁초를 버리기도 하고, 마당에서 비닐이 섞인 쓰레기를 별 죄책감 없이 태우기도 한다.

그뿐인가! 먹고 마시고 쓰는 모든 행위에서도 다른 이들과의 차별을 나 스스로도 찾아보기가 어려운 지경이다. 그러할진대 그 사회자는 왜 굳이 나를 환경운동가로 소개를 한 것일까? 혹시 번지르르하게 포장된 나의 말과 글에 현혹되어서일까? 아니면 생각은 있으나 자신들이 선뜻 하지 못하는 일을 행동에 옮기는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에서일까? 어찌됐든 호칭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이렇듯 소속과 직함, 호칭이 갖는 상징성과 무게는 자기를 가두는 틀이 되기도 하지만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당연히 사회적인 책임과 의무를 동반하기도 한다.

노무현씨가 말 때문에 크고 작은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화를 당하는 것을 보고 대통령이란 자가 어째 저리 처신을 가벼이 하는가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대통령의 말도 진화를 하는가보다.

이명박씨는 한술, 아니 몇 술을 더 떠 연일 국민들을 돌아버리게 만든다. 미국에 가서는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수입해서 국민에게 먹이게 됐다고 헛소리를 해대더니 일본에 가서는 과거는 잊고 미래를 위해 새 출발하자는 망측한 소리를 했다.

그 결과 일본은 우리의 영토를 넘보는 짓에 박차를 가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또 무엇을 근거로 그러는지 이번엔 한국의 관광객이 금강산을 찾는 이유가 북한을 돕기 위한 동포애의 발로라고 한다.

대통령이란 자의 이런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의 결과가 경망스럽고 천박한 언행으로 노출되어 연이은 화를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날도 더운데 참 짜증난다.

모름지기 한 분야의 리더가 되려는 사람은 말을 가려서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말이란 것이 가린다고 가려지는 게 아니니 문제다.

그 사람이 지닌 철학과 인식의 정도, 그리고 색깔이 고스란히 말로 표현되는 것이니 조심하고 가린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 나가서도 반드시 새는 법. 입단속보다 우선돼야 할 것이 마음단속이려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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