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오는 29일이 중복 날이니 지금이 삼복더위의 중간인 셈이다. 복날은 세 번 있는데 하지를 지나 세 번째 경(庚 : 일곱 번째 天干)이 든 날을 초복(初伏)이라 하고, 네 번째 경일(庚日)을 중복(中伏)이라 하고, 입추로부터 첫 번째 경일(庚日)을 말복(末伏)이라 한다.

경일(庚日)을 복날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음양오행의 역수(曆數)를 따랐을 것이다.
복날은 열흘 간격으로 오기 때문에 초복과 말복까지는 20일이 걸리지만 절기와 경일이 어긋나면 해에 따라서는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이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월복(越伏)이라고 한다.

"삼복에 오는 손님은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고 했다. 푹푹 찌는 더위에 손님이 오면 의관도 제대로 갖춰야 되고 번거로운 일이 많아 전혀 반갑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서 삼복더위에는 특별한 일이 아니고선 남의 집 방문을 삼가는 것이 예의였다.

삼복철이 되면 사람들은 더위에 지치게 되지만 보신을 할 만한 음식은 찾기 어려울 때다. 그래서 복날에는 보신을 위하여 특별한 음식을 장만하여 먹는다. 특히, 개를 잡아서 개장국을 만들어 먹거나, 중병아리를 잡아서 영계백숙을 만들어 먹는다.

개장국은 북한지방 말고는 남쪽에서는 잘 먹지 않았지만 복날만큼은 예외였다.
그래서 "복날 개 패듯 한다."는 속담은 죽어라고 때린다는 뜻이다.

한편, 아이들이나 아낙네들은 참외나 수박을 먹으며, 어른들은 산간계곡에 들어가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서 더위를 피하기도 한다.

복날에는 벼가 나이를 한 살씩 먹는다고 한다. 벼는 줄기마다 마디가 셋 있는데 복날마다 하나씩 생겨 마디가 셋이 되어야만 비로소 이삭이 패게 된다고 한다.

한편 "복날에 비가 오면 청산(靑山 : 옥천지역의 옛지명) 보은(報恩)의 큰애기가 운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충청북도 옥천과 보은이 대추가 많이 생산되는 지방으로 대추나무는 복날마다 꽃이 핀다고 하는데, 이날 비가 오면 대추열매가 열리기 어렵고, 결국 대추농사는 흉년이 들게 될 테니 큰애기의 시집가려던 계획이 차질이 생길까 염려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힘들던 삼복더위도 예전에는 30℃ 안팎으로 만일 30℃가 넘으면 신문지상에는 '살인적인 폭염' 어쩌고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데 지금은 30℃를 넘는 것은 보통이고 지방에 따라 35℃를 넘는 경우도 자주 일어난다. 또 예전에는 보통 처서(處暑 : 8월 23일경)가 지나면 온 누리에 가을 기운이 완연했다.

그러나 지금은 백로(白露 : 9월 7일경)가 지나도록 더위가 극성일 경우도 많다. 이런 기후변화는 인류가 화석연료 등을 무분별하게 배출하여 이산화탄소가 대기권에서 온실효과를 가져와 지구가 온난화되기 때문이란다. 문명의 발전과 생활의 풍요는 결국 우리 후손들의 삶의 터전인 지구의 종말을 재촉하고 있는 셈이다.

에어컨은 물론 선풍기도 없어 부채로 더위를 식히고, 냇가에 가서 발 담그는 것이 유일한 피서수단이었던 어려웠던 그 세월이 보다 나은 시절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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