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으로서 적절치 않은 발언 … 깔끔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야
부군수라는 자리 … 그에 걸 맞는 문제 해결 지혜를 보여주어야

얼마 전, 의회 복도에서 전광상 부군수를 만났다. 최근 몇 주간 우리 신문에 게재했던 전 부군수의 발언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면담을 요청했다.

전 부군수는 "할 말 없다."라며 "기자에게 직접 한 얘기도 아닌데 내가 무슨 말을 하느냐?"라고 사실상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 결국,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들은 "그런 말을 한 적 없다."라는 전 부군수의 입장은 "기자에게 직접 그런 말을 한 적 없다."로 해석되는 순간이었다.

또, 기자에게 직접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도 우리가 예상한 것처럼 "진안신문 기자가 (농업기술센터 공무원의) 책상 서랍을 열고 컴퓨터를 (맘대로) 켰다."라는 말을 다른 공무원에게 했을 개연성은 더욱 높아졌다.

우리 속담에 '없는 데서는 나라님도 욕한다.'라는 말이 있다. (본인이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지만) 전 부군수가 한 말로 믿을 수밖에 없는 위의 발언도 이 같은 속담에 비추어보면 우리 신문사의 대응이 과도한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발언의 내용이 신문사 기자들의 공식적인 업무행위를 크게 저해할 수 있다는데 있다. 이것은 이미 속담에서 허용하고 있는 '다른 사람의 욕' 수준을 벗어난 것으로 우리는 판단했다.

지역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남의 책상 서랍을 맘대로 열고 컴퓨터를 켜는 몰지각한 기자'라는 낙인은 우리의 모든 정당한 취재행위를 방해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보도내용 자체의 공신력에 훼손을 가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발언의 주체가 과장급, 혹은 부군수라면 그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역언론의 특성상 주요 취재대상은 군과 그 산하 기관 등 공적 기관이다. 그 공적 기관의 고위직 공무원의 입에서 우리 신문사 기자윤리강령에 어긋나는 행동을 기자가 했다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이 같은 얘기가 소문으로 퍼진다면 우리에겐 심각한 타격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전광상 부군수에게 사실 여부를 공개적으로 물었고 그에 대한 답변을 기대했다. 그러나 전 부군수는 묵묵부답으로 지금껏 일관해 오고 있다.

얼마간 기다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를 바라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답변을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둘 중 무엇이든 우리 군의 사실상 행정공무원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부군수'로서 보여줄 모습은 아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우리 신문사는 '취재과정에서 남의 책상 서랍을 함부로 열고 컴퓨터도 맘대로 켜는 자질 이하의 기자'라는 사실과 다른 평가를 듣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공인으로서 적절치 않은 발언에 대해서 깔끔하게 정리하고 넘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 같은 바람은 결코 감정적인 부분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 둔다. 최소한 한 자치단체의 부군수라면 그에 걸 맞는 문제 해결의 지혜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을 전광상 부군수도 알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