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폐교활용 현장을 가다 (5)
폐교활용으로 농촌에 희망을

바로 인근의 장수를 시작으로 경기도, 강원도, 경남까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폐교들을 둘러보았습니다. 무엇하나 특별해보이지 않는 곳들이지만 분명, 그 폐교들은 우리 지역의 폐교들과는 차별화된 운영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학교가 지역에서 갖는 의미가 얼마나 큰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학교는 한 지역사회의 공동체 구심 노릇을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지역의 학교가 문을 닫는다는 것은 한 지역사회가 점점 쇠락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앞서 둘러본 폐교활용 선진지가 의미 있는 것은 문을 닫은 학교가 다시 한 지역사회의 공동체 중심으로 우뚝 서고 있다는 점입니다. 쇠락해가며 무너졌던 공동체에 다시 기운을 불어 넣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폐교를 활용해 몇 명의 사람들을 지역으로 불러 모으고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내느냐의 직접적인 효과와는 차원이 다른 부분입니다. 공동체 회복을 통해 지역 전체를 살릴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직접적인 효과 그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우리도 이제 그곳처럼 다른 타 시·군에 자랑스럽게 내세울만한 폐교활용이 절실한 때입니다. 수몰로 수장돼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는 폐교는 어쩔 수 없겠지만, 언젠가는 낡고 허물어져 수장이 아닌 포클레인에 뭉개져 사라져 버릴 수도 있는 우리 모두의 자산 폐교에 다시금 눈길을 돌려야 할 때입니다. -편집자 주

▲ 예술창작스튜디오로 리모델링한 진안서초
앞서 소개한 네 곳의 폐교들은 그마다 개별적인 특징을 내세우며 성공라인을 걷고 있다.
그들이 주민들과 지자체와 어우러져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요인을 분석해보면 네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예술인들의 창작 공간을 특성화 시켜 성공한 웃다리문화촌과 밀양연극촌, 지역의 전통문화를 계승하는데 의미가 깊은 하늘내들꽃마을, 다양한 체험학습이 바탕이 된 제 2의 학교 웃다리문화촌, 역시 웃다리문화촌과 감자꽃스튜디오에서 운영 중인 다양한 주제의 박물관, 그리고 이 네 지역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지역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기능담보다.

하늘내들꽃마을은 다른 농촌과 마찬가지로 도시민들에게 농촌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하지만 그들은 마을 주민들만의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승부를 걸어 성공가도를 가고 있다. 마을 주민의 90%가 폐교에서 진행하는 도시민 농촌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이곳은 개인이 매입한 폐교라는 것에 더욱 의미가 크다. 개인이 직접 주민들과 소통하고 유대관계를 가지려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하늘내들꽃마을이 녹색농촌체험마을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도시형 폐교에 맞춰 평생학습프로그램의 연장선을 걷고 있는 웃다리문화촌. 다양하고 세분화된 평생학습프로그램으로 지루하지 않은 학습공간을 유지하며, 토목 전문가, 공예 예술가등이 상주하며 언제든지 주민들과 예술적 교류를 나누고 있다. 이곳은 문화원에서 주도적인 운영체 구실을 하고 있으며 폐교활용 전부터 지역 주민들과 '어떠한 방법으로 폐교를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 수십 차례 논의해 왔다.

평창의 감자꽃스튜디오는 잃었던 마을의 공동공간을 다시 가동한 역할을 한다. 마을의 크고 작은 행사가 있으면 모두 감자꽃스튜디오를 찾을 정도로 구심체로서의 영향력을 키웠다. 또한, 마을의 다양한 사람들, 특히 사회적으로 약자라 불리는 이들도 자연스럽게 찾으면서 장애의 틀을 깨어버린 곳이 됐다.

밀양의 경우는 지자체가 적극 나서서 폐교를 활용하고자 노력한 결과 '연희단패거리'라는 유명 극단과 손잡고 지금은 명실공이 전국 1위 연극제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감자꽃스튜디오와 밀양연극촌이 갖는 공통점은 지역에 어느 정도 대중화된 유명인들이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구애를 했다는 점이다. 특히 밀양연극촌의 경우 수차례 가진 만남 끝에 연극단원 전체가 밀양에 머물게 됐다. 황석영 작가의 진안 영입이 매끄럽게 추진되지 않고 있는 우리 군이 눈여겨 볼만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군의 폐교현황분석'
우리 군은 수몰지역을 포함해 총 33개의 초·중·고교가 지금까지 문을 닫았다. 이 중 10개의 학교는 수장되어 형태를 찾을 수 없고 옛 동향초 신송분교와 동향초 성산분교는 폐교 후 돈사와 축사로 활용되던 중 지금은 사실상 운영하지 않고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 교육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수련원, 사무실, 체험장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이러한 폐교는 개인에 매각한 것이 19곳이다. 이는 수몰돼 없어져버린 10개 학교를 제외하면 개인에 매각된 폐교 비율이 83%에 달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교육청 관계자는 "매각은 폐교 자산을 판매하는 것으로 법적제한에 따라 교육용 또는 지역주민을 위한 복지 등의 용도로만 판매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교육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교육청에서 자체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은 평장야영장(옛 평장초)한 곳이다. 군에 매각한 곳은 두 곳으로 허브체험관(옛 부귀초수항분교·진행중)과 주말농장(옛 외궁초 신암분교)이다. 또 군에게 무상대부중인 예술창작스튜디오(진안서초)는 그나마 지역주민들의 체험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외에는 모두 개인에 매각한 폐교로 자연체험학습장, 청소년수련관, 대안학교, 공부방, 장애인연수원 등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살펴본 시·군에서 지역의 폐교를 활용 예와 비교할 때 많은 차이가 있다.

교육청에서 갖고 있는 내세울만한 폐교활용방안은 찾을 수 없고, 군에서는 폐교를 매입, 임대해 주민체험시설로 사용하려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확인할 수 없다.
 

▲ 능길마을의 옛 동향 능길분교
우리지역, 폐교활용 준비해야
우리 지역에서 개인이 매입한 폐교 중 마을과 어우러져 체험프로그램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옛 동향초 능길분교다.

이곳은 초기 농산물 가공공장으로 활용했으나 팜스테이 영어캠프 등 다양한 농촌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늘어나는 방문객을 유치하기 위해 숙소로 리모델링해 다양한 체험학습공간으로 거듭났다.

진안서초 역시 우리 지역에서 도예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아는 곳이 됐다. 그러나 웃다리문화촌에서 도기공예뿐만 아닌 다양한 복합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역주민은 물론 외부인과 소통하는 것에 비하면, 아직 많이 아쉽다는 느낌이다.

또한 평창 감자꽃 스튜디오와도 매우 비교되는 모습이다. 감자꽃스튜디오의 경우 매해, 매달 다양한 주민행사를 열며 주민들이 응집할 수 있는 큰 축이 된다. 또 마을의 대소사에 마을주민들과 감자꽃스튜디오가 마치 하나를 연상시킨다면, 예술창작스튜디오는 마을주민들과는 동떨어진 느낌이다.

앞서 다녀온 선진지의 운영자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았듯, 폐교를 활용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시 되어야 할 것은 개인의 재산이 아닌 공공의 재산인 폐교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이 우선시되는 주민합의과정이 필요하다. 또, 주민합의과정을 거쳐 폐교의 운영주체가 정해지면, 그 주체의 운영기획 능력과 지역사회와의 소통의지 역시 필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틀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군이라도 적극적으로 폐교를 매입해 공공의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기획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민과 관이 모두 함께 참여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라도 폐교를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도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앞으로 몇 개교가 더 폐교될 상황에 놓여 있는 만큼 폐교의 입지조건과 지역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마련과 준비를 지금부터라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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