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귀면 궁항리 박경수·조애숙 부부

▲ 박경수, 조애숙 부부
가수 남진은 노래한다.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평생 살고 싶다'고. 가수 남진에게 하나의 꿈이었던 일이 박경수(51)씨에게는 현실이었다.

부귀면 궁항리 신궁마을, 그곳에서도 손만 뻗으면 닿을 듯 하늘과 가까운 곳에 그는 그림 같은 황토 집을 짓고 사랑하는 아내 조애숙(48)씨와 함께 살고 있다. 내년 33058㎡(만평)에 달하는 사과농장의 사과 수확을 기다리며...
 
·파란만장 시골 적응기
박경수씨와 조애숙씨는 2006년 7월 숲이 우거진 산을 개간해서 길을 내고 집을 지었다.
해발 500m에 달하는 곳에 위치한 부부의 보금자리. 저 멀리 지나가는 자동차가 개미보다 작게 보이는 걸 보니 높긴 높구나 싶다.

산을 너무도 좋아하던 박경수씨가 1년 동안 사계절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선택한 곳. 그곳에서 경남 함양이 고향이며 중장비 일을 했던 박경수씨와 귀농하기 전까지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직장생활하며 살았던 서울 토박이 조애숙씨가 처음 겪는 시골생활은 혹독하기만 했다.

7월에 귀농해서 11월까지 컨테이너 생활하며 손수 집을 지었던 박경수씨. 그는 영하 25도까지 내려가는 겨울 추위에 하루라도 빨리 집을 짓기 위해 새벽 4시부터 밤 12시까지 일 했다.
"눈에 제 손가락이 보이기만 하면 일 했어요. 그리고 저녁상 물리기가 무섭게 잠이 들었죠."

남편 박경수씨가 터 닦기에 한창일 때 한 번도 서울을 벗어나서 살아보지 않은 아내 조애숙씨는 참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6개월 동안은 매일 울었던 것 같아요. 일에 바쁜 남편과 대화도 못하고 주위에 사람도 없고, 나중에는 탈모까지 생기더라고요. 서울이 그리웠어요."

처음 집 앞 지천에 있는 고사리 등 산나물도 몰라봤고 모판에 있던 모종을 풀밭의 풀 인줄만 알았던 부부였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부부는, 채소는 퇴비를 주어야 더 잘 자라고 진수성찬이 아니더라도 물 말은 밥과 된장 찍은 풋고추 하나가 더 맛있는 한 끼 식사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동안 답답했던 서울에서 어떻게 살아왔나 싶을 정도로 여유 있고 평화로운 지금 생활이 행복하다.
 
·"마을이 형성되겠죠"
"진안, 너무 좋죠. 그래서 귀농을 생각하고 저희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 모두를 잡고 싶지만 기반시설이 안되어 있는 것을 보고 다른 지역을 선택하더라고요."

박경수씨는 임야를 사서 정착하려고 하면 모든 기반시설을 자비로 해결해야 하는 우리 지역과 달리 다른 지역은 기반시설이 비교적 잘 되어 있어 정착하기가 더 수월하다고 말했다.

명분뿐인 도움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더 필요하다는 그는 현재 마을이 형성되지 않아 전화 연결도 되지 않는 곳이지만 앞으로 그곳에 여섯 가구가 들어올 계획으로 하나의 자연마을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귀농, 이상이 아닌 현실
"귀농을 현실에서의 도피처로 생각하지 말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든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귀농해서도 도시에서 직장생활 했던 것처럼 일 한다면 성공할 것입니다."

귀농해서 산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고 말하는 박경수씨. 그는 귀농 선배로써 앞으로 귀농을 생각하는 후배들에게 전하는 말로 용기와 배짱을 주문했다.

그리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자금에 따라 계획을 철저하게 세워야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경수, 조애숙 부부. 이들 부부가 앞으로 배워야 할 것, 알아가야 할 것이 많이 남았을 테지만 지난 3년 동안 시행착오 속에 터득한 여러 가지 배움이 부부의 앞으로의 생활에 큰 재산이자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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