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박선진 (소설가, 주천면 무릉리)

여름이다. 내게 여름이 온 걸 알게 해주는 것은 갑자기 몰려든 사람들이며. 계곡과는 3km가 넘게 떨어져있는 집에서 새벽잠을 깰 무렵 코속을 파고드는 삼겹살 냄새다. 내가 사는 곳은 운일암 반일암 옆인 것이다.

무지 좋은 자연 속에 살지만 자꾸만 사람이 줄어들다 보니 내 살림에 돈 보태주고 가는 것 없어도 몰려드는 사람들이 반갑다. 덕분에 집으로 오고가는 길에서 요즘 한창 여름의 온갖 진풍경들을 마주하게 된다.

야영장엔 울긋불긋한 텐트가 들어차고 어디서나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제는 주차요원들이 잘해주어서 무질서한 주차도 바로 잡아지고 여름 한철 보는 사람들이니 차도를 느리게 활보하며 차의 운행을 방해하는 것도 봐 줄만하다. 오히려, 도시를 탈출한 그들이 잘 놀다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년과 달리 눈에 띠는 점이 하나 있는데 청소차가 한 대만 놓여있는 점이다. 아무리 자원절약을 외치고 쓰레기 줄이기를 외쳐 봐도 늘어만 가는 쓰레기의 양을 생각해볼 때- 자본가들은 진정으로 이런 절약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쓰레기는 줄지 않는다 - 왜 그럴까 했는데 이유가 있었다. 피서객들이 놓고 가는 쓰레기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주민들이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

멋진 계곡 덕분에 일 년 먹을 것을 버는 주민들께서 쓰레기봉투를 사지도 않고 쓰레기를 내놓고, 그것도 일 년치의 쓰레기를 이때다 하고 내어놓던 것이다. 이러니 우리가 어떻게 피서객들의 무질서를 말하랴, 주천면이장회의에서 이런 얌체주민들을 겨냥해서 스스로 요구해서 청소차를 한 대만 놓아달라고 하고 대신에 쓰레기가 나오는 즉시 처리한다는 안을 내어 놓았단다. 그래서인지 작년보다 청소차는 한 대이나 길가에 쓰레기봉투가 보기 싫게 쌓여있는 현장이 빨리빨리 해결되고 있다.

듣자니 주차요금 받느라고 지체가 심해서 피서객들 원성이 대단하다 한다. 길은 관광지로만 통하는 게 아니어서 주민들도 다니고 고산쪽으로 통하는 길이기도 하다.

비록 숫자는 많지 않겠지만 지나칠 때마다 차를 세우는 매표원들을 향해 주민이라고 손을 흔들어 보이는 일도 한 달은 해야 할 것 같다. 몇 안 되는 주민들 차량에 스티카 같은 것이라도 붙여놓았다면 조금은 낫겠거니 싶다.

그런데 요 며칠 그런 마음으로 바라자 보자니 땡볕속에 그저 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그들이 안 되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가 오늘 황금리 냇가를 가보고, 능길마을 냇가도 가 보았다.

참 좋은 냇가인데 그늘이 없는 것이다. 재작년인가, 운일암 삼거계곡 앞을 저렇게 네모나게 파서 야외수영장을 만들 때 내려가 보니 제법 큰 나무들을 다 잘라냈던 것이 생각났다.

이제 몇 그루의 버드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으나 야영장은 나무가 자라려면 몇 년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야영장엔 나무가 심어져 있으니 시간이 가면 되겠다.

황금리나 능길 같은 냇가에 나무를 심었으면 싶다.
길가에 가로수는 이제 많이 심어지고 몇 년 후면 볼 멋진 그림도 그려지는데 냇가에 나무가 없다. 운장산휴양림 갈거계곡이 전국적으로 추천받는 계곡인 것은 계곡을 뒤덮은 나무그늘이 있어서다.

이제는 냇가에 나무를 심자. 그래서 여름만이라도 우리고장을 찾는 그들에게 그늘을 만들어주자. 그늘은 그들이 이용하겠지만 나무는 우리 고장에 있을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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