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 다문화가정 부모교육
화난 마음 그림으로 풀어낸 이주 여성들

▲ 웃음이 참 많았던 새마을 문고의 외국인 주부들.
지난 7일 찾은 새마을문고가 '꺄르르' 거리는 여성들의 웃음소리로 떠들썩하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다문화 가정 부모교육'(강사 허은하) 수업을 들으러 온 이주여성들이 얼굴에 함박웃음을 띠고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은 이주여성들이 자신들의 화난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수업이었다.
"왜 화가 났는지, 누구 때문에 화가 났는지, 언제 화가 났는지를 그려보세요."
허은하 강사는 한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그림으로 마음을 풀어보라 했다.

허 강사의 말이 끝나자 하얀 스케치북을 펼친 이주 여성들은 그림을 그렸다, 지웠다 계속 반복하며 어쩔 줄 몰라 한다.

"화 안나요. 그림 그리는 건 너무 어려워요." 생글생글 미소를 지으며 허은하 강사에게 애교를 부리는 이주 여성들. 그러다 어느 한 곳에서 또박또박 한국어를 외치는 한 주부.
"남편이 술 마시면 화나요!"

장내에 웃음꽃이 터져버렸다. 자국어로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며 웃는 여성들, 서로 국적이 다른 이들은 아직 힘든 한국말로 "맞아. 맞아. 술 마시고 아기 안 봐주면 화나."라며 맞장구를 친다.

그림 실력에 자신이 없는 여성들은 남편이 술 마시는 모습을 그리는 것도 힘들거니와 화가 났던 일들이 스쳐 지나갔는지, 머릿속이 하얘진 표정이다.

허 강사는 "미술 시간이 아니니 못 그려도 좋아요. 술 때문에 화가 나면 술병만 그리고 설명해 주면 되니까요."라며 다독이지만, 이주여성들은 애꿎은 지우개만 찾느라 바쁘다.

몇 분이나 흘렀을까, 색연필로 곱게 색까지 입힌 그림들은 어엿한 한 장의 작품이 됐다.
"이제 본인들의 그림을 설명해주세요. 우리는 어떨 때 화가 나나요?"

허 강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선뜻 첫 주자로 나선 한 이주 여성은 분홍색 꽃과 노란색 꽃 속에 성난 표정을 그려 넣었다.

"우리 꽃 아빠는 두 번 다시 술을 먹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어요. 하지만, 바로 다음날 술을 마시고 집에 왔어요. 너무 화가 났어요."

한 명, 두 명 그림소개를 하니 이제 서로 나서서 그림소개를 시작했다.
'민들레꽃'이라는 이름표를 단 한 여성은 "남편이 저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친구를 집에서 재웠어요. 아기를 보느라 피곤한 터인데 남편이 한마디 말도 없이 그러니까 화가 나더라고요."

서로서로 화가 난 이야기를 하며 다독이기도 하고, 공감도 하며 서로 웃는 이주 여성들, 아직은 한국의 주부 친구들보다는 서로 다른 국적이지만 필리핀, 베트남, 중국 여성들이 더 마음이 편한 친구다.

새마을문고에서 본 우리 군에 이주한 외국인 주부들은 웃음이 참 많은 것 또한 알게 됐다. 서로 주고받는 모든 말과 표정 속에 해맑은 웃음을 꼭 담고 있는 부러운 모습이었다.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