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제1회 정남진 물축제' 개막식 참관기·

장흥 <제1회 정남진 물축제>가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5일까지 있었습니다. 이에 물축제 개막식을 참관하고 돌아 온 최규영 문화원장의 참관기를 지면에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진안군은 현재 대표 축제가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지역축제를 성공한 시·군이 있다면 부러울 수밖에 없고, 그런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물축제'는 진안군 일각에서도 주장되었던 적이 있어 마침 전남 장흥군에서 '제1회 정남진 물축제'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듣고 진안군 관계자들과 동행하여 7월 30일 오후 7시 30부터 10까지 현지에서 개막식을 참관하였다. 이에 타산지석으로 삼기 위하여 그 참관기를 싣는다. /최규영(진안문화원장)

▲ 장흥 물축제 행사장
·남단에 위치한 장흥군
장흥군은 전라남도의 남쪽 해안의 중앙에 위치한 군이다. 장흥읍내에서 광주까지는 65km이고, 서울까지는 고속버스로 5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면적은 618㎢ 로 진안군의 78% 수준이고, 인구는 4만 3,468명으로 진안군의 1.4배로 3개 읍 7개 면 136개리로 되어 있다.
 
·물축제를 지원하는 지리적 조건
장흥 읍내를 흐르는 탐진강의 폭은 약 90m이고, 양안의 둔치는 폭이 각 약 30~50m가량 되는 데 장장 4km에 이르러 넓이만 약 15만㎡ (5만여 평)인 바 이런 규모는 우리나라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든 천혜의 조건이다. 더구나 2006년에 완공된 1억 9천만 톤 규모의 장흥댐으로부터 (물축제) 행사기간중 안정적인 물 공급을 받을 수 있다.
 
·행사개요
이런 자연환경에다 2006년부터 100억 원을 투자(국비 70%, 군비 30%)하여 장흥읍내의 탐진강변에 둔치조성 및 하천정비를 행하여 인프라를 조성하였다. 이번 행사비용은 25억 원으로 전국적으로도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자하였다고 한다.

탐진강 수중에 고무 수중보 2개소를 설치하여 물이 풍성하게 유지되도록 하였고, 4각으로 다듬은 7~8톤가량 되는 암석으로 징검다리를 놓아 강 양안을 걸어서도 왕래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상류의 보는 아래를 평석으로 완만한 계단식으로 만들어 그 위를 물이 흐르도록 하여 탁족(濯足 : 발담그기)과 어린이들 물놀이에 활용토록 하였다.

한편 강 중심에는 분수가 6개의 노즐로 물줄기를 내뿜고 있었다. 더불어 강 중심을 가로질러 2개의 그물망을 50여m의 간격으로 설치하여 그 안에 민물고기를 다량 방류하여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 행사를 벌인다고 한다.

한편 장흥군에서는 입지의 경도(經度)가 서울과 같음을 이유로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正東津 : 이곳은 서울과 위도가 같음)의 예를 본떠 6년 전에 고을의 별명을 정남진(正南津)이라고 작명하였다. 이에 연유하여 서울 광화문의 물과 정동진의 물, 심지어 북한 중강진의 물까지 떠와 탐진강에 합수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읍내 풍경
읍내 시가지에는 작은 전구로 장식된 목제 아치들로 장식되었는데 이는 한 달간 5천만 원에 임대한 것이라고 한다. 읍내 도로는 행사에 참여한 차량들로 주차할 공간이 없었는데 따로 커다란 주차장은 확보 못하고 시가지 도로변과 소규모의 주차장을 최대 활용하면 3,000대 가량은 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축제참가 예상인구
개회식 날의 행사장에는 대략 1만 5천여 명이 모인 것으로 보였다. 여기에는 가수 장윤정 등 인기 연예인이 출연한 점도 감안되어야 한다. 이로 미루어 축제기간에 참여할 인구를 가늠해 보면 대략 답이 나올 것 같다.

주차허용 대수가 매일 꽉 찬다고 했을 때 1만 명가량(3,000대×3.3인), 장흥 읍내 주민 약 8천명 (15,622명×50%) 정도로 해서 많아야 하루 2만 명 정도로 5일간 최대 연 10만 명가량이라 할 수 있다. 이건 후하게 계산한 결과이고, 엄격히 따진다면 결과는 매우 다를 것이다.
 

▲ 장흥 탐진강 고무 수중보
·그러나 불투명한 전망
탐진강이 넓은 둔치를 만들면서 장흥 읍내를 완만히 관류한다는 천혜의 조건을 이용하여, 장흥군은 물축제를 하고자 막대한 투자를 통하여 인프라를 구축하였다. 그러니 일단 자연적, 인공적 조건은 갖춰졌다고 본다.

그러나 이 축제가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반문한다면 그 대답이 애매해질 수 있다. 장흥군민을 위한 축제라면 얘기는 되지만 채산이 맞지 않는 장사다. 둔치에 커다란 광장을 조성한 일은 주민들에게 훌륭한 산책, 휴양공간을 제공했을망정 이용인구에 비해 지나친 투자임은 분명하고 그 유지 관리에도 막대한 예산이 들 것이므로 비용대 편익이라는 측면에서는 마이너스를 면치 못할 것이다.

한편 몽고천막을 200개 설치할 정도로 전시 및 체험행사장이 들어서 있으나 전국 어느 축제행사장에서나 볼 수 있는 그렇고 그런 행사의 나열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행사의 나열은 축제의 성공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은 다른 지역의 경험으로 잘 알려져 있다.
 
·축제의 성과를 부풀리는 자치단체들
물론 축제에 외부인을 관광객으로 끌어드려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게 하고, 지역 홍보에 활용하여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목적도 있겠으나 그 결과는 매우 불투명하다.

자치단체에 따라서는 축제를 성공했다고 자평하면서 곧잘 인용하는 것이 경제유발효과인데 대체로 엉뚱하게 부풀린 경우가 많다. 만일 300억원의 경제유발효과가 있었다고 한다면 그 축제에는 300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는 얘기인데 (자동차로는 100만대) 축제기간이 9일간이라면 평균 11만대의 차량이 들어서야 하는데 이런 주차장을 확보한 자치단체는 없다.

장흥군의 경우를 보면 시가지 주차까지 합하여 3천대 주차수준이다. 또 이런 교통량이라면 경부고속도로 평일 교통량과 맞먹는 숫자로 전혀 가능하지 않은 주장이다.

다시 장흥군의 사례를 보자. 앞서 거론한대로 물축제에 외부인이 연 5만 명이 다녀간다고 후하게 계산해도 식사대 등 비용을 현지에서 1인당 1만원씩 지출한다고 치면 5억 원이 되지만 (모두 순수익이 된다고 해도) 이는 행사비용 25억 원의 1/5 수준밖에 안 된다.

자연경관을 축제의 이슈로 했으므로 지속적인 관광객 유입이 이어진다면 모르겠으나 평소 강물을 보러 찾아올 관광객이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따라서 내용으로 보나 규모로 보나 대규모 물량잔치임에는 분명하지만 합목적성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하면 회의적(懷疑的)인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물축제의 한계

물놀이는 자연환경과 시설이 좋으면 굳이 축제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시즌이 되면 성황을 이룬다. 한여름에는 전국 유명해수욕장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또 이름난 강과 골짜기는 피서인파로 만원을 이룬다. 그런데 물이나 강은 특정한 곳에만 있는 게 아니라 어느 한 지방이 물축제를 개최한다고 해도 물이라는 주제나 이미지를 독차지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역축제의 본질은 그 지역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정서, 즉 지역의 역사, 전설, 전통, 풍속, 인물, 명승, 특산물, 자연환경 등과 주제가 합치될 뿐 아니라 차별화되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주민들도 주인의식을 갖게 되고, 외지인은 특화된 그 지방만의 이미지로 기억하게 된다.

장흥의 경우 입지를 최대한 이용하여 새로운 축제를 발굴한 점은 인정되지만 이 물자원을 찾아 피서객이 자연발생적으로 찾아오게 하지 못하고, 계속 많은 비용을 들여 인기연예인을 초청한다거나 이벤트를 나열하는 방법으로 참여인구를 끌어 모으려 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축제를 보는 일반적인 시각이다.
 

▲ 장흥 탐진강 분수
·타산지석 장흥 물축제
끝으로 진안군의 경우를 생각해 본다. 진안군의 경우는 장흥군의 경우와는 비교자체도 불가능할 정도로 자연조건이 열악하다. 진안군축제발전위원회가 주제를 검토할 당시 「물」에 관련한 여러 아이템이 제기되어 이를 검토한 바가 있었으나 다음과 같이 기초적인 조건이 맞지 않아 이미 불가 판정을 내린 바 있다.

① 진안은 금강, 섬진강의 상류지역으로 수원이 짧다. 특히 진안읍의 경우는 수원이 6km에 지나지 않아 수자원이 빈약하다. 또 맑은 물이라고 자랑하는 계곡의 물은 수원이 짧은 관계로 비가 안 오면 바로 말라버린다. 또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진안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② 용담댐을 들고 있으나 동양 1위 규모의 소양강댐과 춘천호, 의암호를 가지고 있는 호반의 도시 춘천도 물축제는 안한다. 또한 용담댐은 용수를 위주로 하는 댐이어서 물축제를 하는 행사장으로 개방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③ 진안은 물을 특정하여 축제의 주제로 선정할 만큼의 인프라를 구축할 입지도 없지만 있다고 해도 천문학적인 거금이 투자되어야 하는데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상전면의 고사분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참고해보자.

따라서 진안에서의 물을 주제로 하는 축제는 전혀 착근할 여지가 없다. 일부에서는 아직도 물축제 운운 하고 있으나 혼란을 피하기 위하여 이건 축발위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인식을 같이 하고 있었던 도무지 불가한 사안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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