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고추는 고초(苦草, 또는 苦椒)가 변한 말이다. 고(苦)는 지금은 '쓰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지만 조선시대에는 '맵다'라는 뜻으로 쓰였다고 한다.

'고초 당초 맵다 해도 시집살이 당하릿까'라는 사설처럼 고추는 매운 맛 땜에 고단했던 시집살이에 빗대지기도 한다.

중미가 원산지인 고추는 1542년 포르투갈 사람이 일본에 고추를 전하였고, 일본에서 다시 우리나라로 전파된 모양이다.

고추는 형태 때문에 남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민속에 아이를 낳으면 그 집에서는 대문에다 금줄을 치는데 금줄에는 사내아이의 경우에는 숯덩이와 빨간 고추를, 계집아이의 경우에는 작은 생솔가지와 숯덩이를 간간이 꽂는다. 또 태몽에 고추를 보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신도 있다.

고추의 매운 맛은 캡사이신이란 화학물질에서 생긴다. 캡사이신의 함량은 고추 속 씨가 붙어있는 흰 부분에 과피(果皮)보다 몇 배나 많으며, 씨에는 함유되어 있지 않다.

또 고추의 붉은 색소에는 몸속에서 비타민 A로 바뀌어 비타민 A의 공급원이 되는 것이 많다. 또 비타민 C의 함량이 많아서 감귤류의 2배, 사과의 50배나 된다.

고추는 바람에 의한 수정으로 쉽게 교잡종을 만들기 때문에 전 세계로 전파되는 가운데 수많은 품종이 생겨났다. 우리나라의 농가에서도 해마다 잡다한 종자를 그대로 심어왔기 때문에 지방에 따라 여러 품종이 생겨나서 약 100여 종에 이르고 있다.

이것들은 주로 산지의 명칭을 따서 영양·청송·정선·장단·연천·임실·진안·무주·금산·강경·보은·제천·천안·음성·제주 고추 등으로 불리는데 각기 특색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예전에 진안에서 생산되던 고추의 독특한 매운 맛을 기억한다. 그 시절 여름철 점심상에는 반찬이라고는 열무김치에 풋고추에 된장, 간장이 전부였다. 꽁보리밥에, 애들이 먹었다간 눈물이 날 정도로 매운 고추를 된장에 푹 찍어 아작아작 맛있게 드시던 어른들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그런데 지금은 매운 맛이 나는 풋고추를 청양고추라 한다. 유래는 농촌진흥원에서 경상북도 청송군(靑松郡)과 영양군(英陽郡) 일대에 고추 육종장을 경영했는데 여기에서 개발된 품종 중 캡사이신과 당도의 배합이 알맞아 풋고추로 먹기 좋은 품종에다 청송의 '청'과 영양의 '양'을 취하여 명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고추라고 해서 매운 고추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기호에 따라 매운 것을 기피하는 사람도 많다.
지금은 매우 많은 개량종 고추가 재배되고 있다. 개량종 고추는 생육 초기에는 매운 맛이 적어서 채소용으로 알맞고, 생육 말기에는 매운 맛이 약간 늘어나는데 열매가 붉고 굵으며 껍질이 두껍고 씨가 적어서 가루가 많이 나는 이점이 있다.

이에 비하여 재래종 고추는 과피가 얇고 매운 맛이 강하며 고유의 독특한 맛이 있는데 이를 조선고추라고도 한다. 조선고추 가운데서 진안?무주산은 크기나 모양이 균일한 태양초로서 색깔과 광택이 선명하다고 평판이 나있었다.

이처럼 고추의 명가인 진안에서는 수년을 이어 고추시장이 열린다. 올해는 8월 14일부터 개장한다고 한다.
고추시장의 활황과 더불어 우리 고장이 고추명가의 전통을 계속 이어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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