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 문화의 집 은빛문예반·
이날은 'ㅋ'자가 들어가는 단어를 배우는 날, 할머니들은 ㄱㄴㄷㄹ을 배울 때보다는 조금 어려운 눈치다.
"커피를 쓸 줄 알아야 어디가면 커피라도 시켜먹지."
'키다리, 코스모스, 코트, 커피, 소쿠리, 크기' 이 여섯 개 단어를 배우던 중 '커피'가 나오자 한 할머니의 농담이다.
하지만, 우스갯소리로 넘기기엔 할머니들은 절대 공감을 하는 눈치다.
여태 글을 익히지 못해 겪었던 불편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할머니들. 이제 한글을 배우고 나면 적어도 버스를 잘 못타는 일은 없겠지 하며 한자 한자 꾹꾹 눌려 쓴다.
8살 초등학생 마냥 박선식 강사를 따라 한참을 큰 소리로 읽던 할머니들.
"이렇게 읽는 것은 정말 잘하시는데 왜 받아쓰기만 하면 왜 하나도 모르시는 지. 말나온 김에 받아쓰기 한번 할까요?"
박선식 강사가 받아쓰기를 준비하자 할머니들도 금세 분주해진다.
"받아쓰기만 하면 틀린단 말이야. 읽는 것은 잘 하는데…."
젊었을 때 빠릿빠릿하던 뇌의 능력을 상실해버린 지금을 탓해보지만 이미 소용이 없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쇠약해진 기억력이 한글을 배울 때마저 극성이라 조금은 짜증이 나시나보다.
의외로 자신만만한 어르신도 한 분 계신다. 웃음을 지으며 책을 접고 받아쓰기에 임한 한 할머니는 자신감도 잠시, 첫 문제부터 꽉 막혀 이내 다시 책을 펼쳤다.
어르신들은 받아쓰기 하는 내내 서로 힐끔힐끔 쳐다보는가 하면 아예 책을 펼쳐놓고 보기도 했다.
받아쓰기도 시험인지라 할머니들은 몇 개나 틀렸나, 누가 제일 잘하나 서로 가늠도 해본다.
"꾸준히 한글을 배우시다 보면 언젠가는 책도 술술 읽으실 날이 오시겠죠. 할머니들이 스스로 한글교실에 꾸준히 나오시니 저도 기분이 좋고요. 올 연말에 있을 백일장에서 할머니들이 그간 배운 실력을 뽐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봐야지요."
박선식 강사는 올해도 많은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웃음을 짓고, 할머니들은 '문맹'이라는 오명을 벗고 늦깎이 새로운 인생을 살기위해 오늘도 열심히 공책을 메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