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 문화의 집 은빛문예반·

▲ 받아쓰기를 하고 있는 은빛문예반 수강생들. 사뭇 진지함이 물씬 풍긴다.
은빛문예반 한글 수업이 있던 지난 12일,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할머니들이 연필로 꾹꾹 눌러 한글 쓰기에 한창이다.

이날은 'ㅋ'자가 들어가는 단어를 배우는 날, 할머니들은 ㄱㄴㄷㄹ을 배울 때보다는 조금 어려운 눈치다.
"커피를 쓸 줄 알아야 어디가면 커피라도 시켜먹지."

'키다리, 코스모스, 코트, 커피, 소쿠리, 크기' 이 여섯 개 단어를 배우던 중 '커피'가 나오자 한 할머니의 농담이다.

하지만, 우스갯소리로 넘기기엔 할머니들은 절대 공감을 하는 눈치다.
여태 글을 익히지 못해 겪었던 불편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할머니들. 이제 한글을 배우고 나면 적어도 버스를 잘 못타는 일은 없겠지 하며 한자 한자 꾹꾹 눌려 쓴다.

8살 초등학생 마냥 박선식 강사를 따라 한참을 큰 소리로 읽던 할머니들.
"이렇게 읽는 것은 정말 잘하시는데 왜 받아쓰기만 하면 왜 하나도 모르시는 지. 말나온 김에 받아쓰기 한번 할까요?"

박선식 강사가 받아쓰기를 준비하자 할머니들도 금세 분주해진다.
"받아쓰기만 하면 틀린단 말이야. 읽는 것은 잘 하는데…."

젊었을 때 빠릿빠릿하던 뇌의 능력을 상실해버린 지금을 탓해보지만 이미 소용이 없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쇠약해진 기억력이 한글을 배울 때마저 극성이라 조금은 짜증이 나시나보다.

의외로 자신만만한 어르신도 한 분 계신다. 웃음을 지으며 책을 접고 받아쓰기에 임한 한 할머니는 자신감도 잠시, 첫 문제부터 꽉 막혀 이내 다시 책을 펼쳤다.

어르신들은 받아쓰기 하는 내내 서로 힐끔힐끔 쳐다보는가 하면 아예 책을 펼쳐놓고 보기도 했다.
받아쓰기도 시험인지라 할머니들은 몇 개나 틀렸나, 누가 제일 잘하나 서로 가늠도 해본다.

"꾸준히 한글을 배우시다 보면 언젠가는 책도 술술 읽으실 날이 오시겠죠. 할머니들이 스스로 한글교실에 꾸준히 나오시니 저도 기분이 좋고요. 올 연말에 있을 백일장에서 할머니들이 그간 배운 실력을 뽐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봐야지요."

박선식 강사는 올해도 많은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웃음을 짓고, 할머니들은 '문맹'이라는 오명을 벗고 늦깎이 새로운 인생을 살기위해 오늘도 열심히 공책을 메우고 있다.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