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이야기57 마령면 평지리 … (마지막)솔안(송내)

▲ 불을 막아준다는 돌거북. 마을 뒷산 돌탑 위에 모셔놓았다. 매년 정월 보름에 거북제를 올리며 화재를 막아달라 빈다. 본래 돌거북은 도난당했고, 지금 있는 것은 2002년에 새로 만들었다.
지난호에 소개한 마령편 평지리 평산(시장)마을이 시장을 중심으로 마령면 경제의 중심에 있었다면, 이번에 소개할 솔안(송내·松內)마을은 행정과 금융, 교육의 중심지라고 하겠다.

도로 하나를 경계로 평산과 이웃해 있는 솔안에는 마령면사무소를 비롯해 마령초·중·고등학교, 농협, 파출소 등이 늘어서 있다. 마령우체국은 평산에 있지만, 사실 한 장소에 모여 있기 때문에 경계를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다.
 
◆고려 때 만들어진 마을
기록에 따르면 솔안마을은 고려 말경에 남양 홍씨가 정착하면서 이뤄졌다고 전한다.
이후 이 마을이 행정과 경제의 중심지로 부각되면서 백운면과 성수면 등 인근 지역에서 많은 인구가 유입돼 지금은 각성바지 마을로 보는 게 맞다.

본래 이 마을은 풍수상 평사낙안(平沙落雁) 형국이어서 솔안(率?)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때 '소나무 안쪽'이라는 뜻으로 오해하면서 송내(松內)로 잘못 기재해 지금의 행정리명인 '송내'가 됐단다.

이 때문인지 마을에서는 여전히 '솔안'이라고 칭한다. 마을에서 취재를 진행하면서 "송내"라고 얘기하면 "솔안"이라고 정정해주는 주민이 여럿 있었다.
 
◆마을의 확장이 멈춰서다

솔안마을에 들어가 보면 구역이 나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을 앞은 학교와 면사무소, 금융기관, 상가가 도로를 따라 늘어서 있고, 그 뒤쪽으로는 주택이 밀집해 있다.

지금은 약 예순 가구가 살고 있다고 하지만, 예전에는 백 가구에 육박했기 때문에 좁은 골목이 발달해 있다. 그리고 흙벽으로 만든 전통가옥부터 새로 지은 집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이런 경관으로 미루어보면, 마을이 마을 뒤쪽 산 아래에서 점차 도로 방향으로 확장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마을이 점차 산에서 마을 앞 평지 쪽으로 확장하면서 시장이 섰고, 시장을 중심으로 인구가 늘어나면서 분리됐다.

이러한 것은 마을 주민들이 "예전에는 솔안과 평산이 한 마을이었다."라고 증언하는 것을 토대로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마을의 확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멈췄다. 농촌 인구가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말이다.
여느 농촌 마을과 마찬가지겠지만, 그나마 솔안은 큰 마을이었기에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
 

▲ 솔안마을을 알리는 마을 비석이 마령면사무소 앞 진입로에 서 있다. 마령면 중심마을이라는 상징적 의미처럼 보인다.
◆마을 골목을 돌아보다
마을이 워낙 커서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한참이 걸린다. 일단, 마을 뒤 돌거북을 올려놓은 돌탑부터 돌아보기로 했다.

마을 위 돌탑 옆으로는 나무 몇 그루가 서 있고, 그늘에는 정자가 있다. 겉모양으로 봐서는 꽤 오래전 만든 것으로 보이는데, 정자 안쪽에는 요리를 할 수 있도록 싱크대가 설치돼 있다. 싱크대 위 크고 작은 그릇을 통해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 자주 모여 함께 어울리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아래는 대부분 주택이다. 곳곳에 좁은 공터에는 고추와 채소를 기르는 텃밭을 가꿔놓았는데, 촘촘하게 심어놓은 것이 꽤 재미있다. 주택 대부분은 시멘트 벽돌로 지었지만, 일부 흙으로 만든 전통가옥도 눈에 띈다.
마을 아래쪽 면사무소 뒤편으로 공사가 진행중인 곳이 있다.

마을회관 자리다. 본래 낡은 마을회관이 있었는데, 비가 새는 등 문제가 많아 헐어내고 새로 짓고 있는 것이다. 현재 기초 공사가 진행중인데, 주민이 많아 준공식이 꽤 거창할 것 같다.

마을 양쪽으로는 송산교회와 원불교 마령교당이 자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원불교 마령교당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져 영농기술 보급, 항일운동 등 많은 역사적 사건을 겪었다.
 

▲ 마을회관 공사가 진행중이다. 기초공사가 한창인 이곳엔 비만 오면 빗물이 줄줄 새던 낡은 마을회관이 있었단다.
◆다시 돌아온 거북이
이 마을에는 거북제라는 전통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마을 뒤 참나무와 소나무 숲 옆으로 돌을 쌓아 만든 탑 위에 돌로 만든 거북을 올려 두었는데, 정월 보름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팥죽제를 겸해 제를 올렸다고 한다.

이 거북제는 물에서는 노는 거북을 세워 마을의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 열었는데, 사곡에서 나무로 오리를 만들어 세웠던 짐대와 같은 의미다.

그런데 거북제 전통이 한동안 끊어졌다. 돌거북을 도난당한 것이다. 이후 마을에서는 이 탓이었는지 화재가 빈번했다는 게 주민의 설명이었다. 그래서 주민들은 다시 거북제를 지내기로 하고, 2002년 다시 돌거북을 모셨다.

거북제를 다시 지내면서 거짓말처럼 화재가 사라졌단다. 정말 돌거북 덕에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거북제가 '화재예방'을 주민에게 각인시켜준 것은 아닐까?

▲ 솔안마을 앞 도로가는 상점과 행정, 금융, 교육기관이 줄지어 있다. 솔안마을 맞은편 평산마을의 시장과 함께 마령면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 홍순오(77) 옹이 솔안마을에 있는 한 가게에서 잠시 쉬고 있다. 솔안마을 토박이라는 홍순오 옹은 세상이 점점 살기 어려워진다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 마을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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