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민주주의란 인류가 고안해낸 제도 중 가장 낫다는 정치제도다. 또 선거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 선거가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 되었다.

정치인이 유권자에게 호감을 얻는 가장 좋은 구호는 '잘 살게 해주겠다!'이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은 잘 살게 해주겠다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놓았다.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장들이나 지방의원들도 대부분 경제성장과 개발을 공약으로 내놓는다. 그들은 임기 중에도 인기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성장정책을 쓴다. 그러니 죽어나는 것이 우리의 자연이요, 생태계이다.

자연을 파괴하는 대가로 성장정책을 쓰는 것은 예컨대 스테로이드 같은 근육강화제를 쓰는 것과 같아 일시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계속 사용하면 치명적인 부작용이 올 수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진정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는 정치지도자라면 환경파괴를 대가로 하는 그런 성장정책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잘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재산이 많다는 것은 잘 살기 위한 충분조건일 뿐 필요조건은 아니다. 가난해도 분수를 지켜 행복하게 잘 사는 사람도 많다.

그러니 잘 산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람답게 살려면 어느 정도의 경제적 뒷받침이 있으면 더욱 편리하겠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윤리 덕목을 실천하며 사는 삶일 것이다.

문명과 경제발전으로 환경이 황폐해가는 마당에 환경보전은 인간이 지켜야 할 으뜸가는 윤리덕목이 되었다.

환경보전은 쾌적한 삶을 위한 방편만이 아니라 이제는 인류뿐만 아니라 지구상 생물체의 생존이 걸린 다급한 현안으로 다가와 있다.

이런 판에 환경을 좀 희생하더라도 아파트를 짓겠다고 한다. 이번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이 "그린벨트를 해제해서라도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이다.
'자연은 후손들로부터 빌린 것이다.'

이는 윤봉길의사의 말씀이다. 그분의 나라사랑에는 이처럼 심오한 철학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그분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내 자손들이 살 땅을 눈앞의 이해에 따라 함부로 파헤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따라서 자연환경을 볼모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통치철학의 빈곤에서 온 단견이라 하겠다.

기실 지금 집값이 높은 것은 공급이 모자라서기보다는 왜곡된 부동산시장 때문이라고 한다. 주택을 투자(투기)의 대상으로 보고 여러 채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 때문이다.

이런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부동산보유세 등 부동산 세제를 강화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이를 풀어준다고 하고, 풀어서는 안 될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생각은 그의 확실한 지지기반인 강부자들에게 큰 혜택을 주는 한편, 어떻게든 토건으로 경기를 부양하여 지지도를 만회하자는 심산인 모양이다.

참고로 종부세 등의 세수는 전액 지방교부세로 전환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주요한 수입원이었는데 세제완화로 인한 3조 원가량의 세수결손은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결국 지방재원의 고갈로 연결될 것이다.
소수의 부자들을 위하여 전체 지방재정이 위협을 받는다면 이 정부를 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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