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구 자 인 <진안군청 마을만들기 담당>

제1회 진안군 마을축제를 마치고 따끔한 소리도 많다. 가장 핵심적인 비판은 주인공이어야 할 지역주민이 소외되었고 '그들'만의 축제였다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시도였고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좋은 평가도 있다. 앞으로의 더 나은 발전을 위해서는 토론이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마을축제의 '주인공' 논의를 좀 더 깊게 해보고자 한다.

먼저 오해를 피하기 위해 이번 축제의 기획을 주도한 당사자로서 비판받을 점은 달게 받고 수정해나가야 한다는 관점을 명확히 하고 있음을 밝혀둔다. 애초 기획단계에서 여러 문제점이 예견되었고, 또 그 점을 알면서도 축제의 '색깔(컨셉)'을 처음부터 명확하게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기획 자체의 문제점과 첫 행사로서의 기술적 문제점은 구분하여 토론되었으면 한다. 그 점이 논의의 초점을 더욱 선명하게 할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 마을축제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진안군의 마을만들기는 2001년에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는 '내발적 발전론'을 근거로 출발하였다. 이 이론은 마을주민이 주인공이 되어 스스로의 아이디어에 기초하여 기획하고 직접 추진하는 것이 가장 큰 원칙이다. 그래서 이번 마을축제도 당연히 마을주민을 주인공으로 해야 함을 분명히 잘 알고 기획되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주인공이 되어야 할 마을주민들이 소외되었다고 비판된다. 그것이 기획 자체의 문제인지, 추진과정의 시행착오인지, 혹은 기획 자체를 이해하고 하는 비판인지, 아니면 기존의 축제 이미지에 의존한 상투적인 비판인지? 또 책임감을 가진 비판인지, 아니면 방관자의 비판인지? 이 점을 좀 더 명확하게 해보자.

이번 축제는 크게 다섯 가지 사업이 결합되어 있었다. 진안군청 마을만들기팀이 각종 공모사업으로 확보한 예산을 축제라는 형식으로 묶어서 시도한 것이다. 핵심적인 사업은 제3회 마을만들기 전국대회와 제1회 귀농귀촌 체험축제 공모사업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주된 홍보대상은 마을만들기에 관심 있는 전국의 주민리더와 공무원, 사회단체 활동가, 컨설팅 기관, 그리고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이었다. 여기에 진안에 이미 귀농귀촌 하신 주민들의 한마당행사 사업도 결합되어서 진행되었다.

예산이 분산되어 있어 처음부터 축제가 하나의 테마로 강력하게 집중되고 효율적으로 집행하기에는 한계가 많았던 셈이다. 어쩌면 '축제'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 것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예상되는 비판을 피해갈 수 있는 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농림부 공모사업 전제중의 하나는 '농촌축제'를 하라는 것이었고, 또 마을만들기가 한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축제라는 형식을 요구하고 있었다.

또 이번 축제에서는 '열사람의 한 번 방문'을 기대하는 다른 지역 품목별 축제와 달리 '한 사람이 열 번 방문'하는 관계를 만들고자 노력하였다. 우리는 이미 여름 휴가철에 놀러오는 도시민들이 결국 지역경제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위 행정과 주민 동원은 처음부터 배제하였다. 원하는 사람이 원하는 프로그램에 선택적으로 참가하도록 홍보하는 것이 오래갈 수 있는 축제라 판단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다른 축제와 달리 요란스럽지 않았고 매니아 같은 사람들이 중심이었다.

문제는 이번 축제에 참여하는 마을수가 20개로 한정되었고, 그 마을의 주민들조차도 방관자처럼 말한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사실 일반 도시민들이 요구하는 숙박이나 음식, 체험 등에 대한 서비스 수준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마을은 많지 않다. 평소에 도시민과 교류해본 경험이 적은 마을에서 도농교류 체험이란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참여마을수는 공모방식을 통해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20개 마을 주민들에게조차 정확하게 축제의 의미가 전달되지 못하고 또 마을 행사도 적었던 점에 대해서는 많은 반성이 필요하다.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할 지점이다. 때문에 행정과 축제 사무국, 마을 위원장 및 간사, 주민 등 각각의 사이에서 소통은 앞으로도 계속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마을은 마을대로 평상시에 많은 훈련들이 축적되어야 한다. 정월대보름이나 한식, 백중, 추수 등과 같은 절기 행사에서 훈련된 마을만이 마을축제에서도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제 우리 모두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축제의 기획 의도조차 물어본 적 없이 구경꾼이자 방관자적 관점에서 비판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또 '그들만의 축제'였다는 비판 속에 진안에 살고 있는 귀농귀촌인조차 여전히 '그들'이며 지역주민이 아니라는 독선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집토끼, 산토끼 운운하며 편가르기 의식이 내재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는 분명히 안다. 지역주민이 축제의 주인공이 되어야 함을. 당연히 그러해야 한다. 살고 있는 주민이 방관자적 관점을 버리고 항상 지역발전의 주인공으로 한걸음 더 앞으로 나서야 한다. 그것이 주민자치이며 마을만들기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 땅의 주인공으로서 지역 현안에 대해 학습하고 토론하며 책임지는 비판을 해야 한다. 이 점이 이번 마을축제가 우리에게 던진 큰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