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9주년 특집 … "가족을 만나다" (3)

▲ 김부남 할머니와 할머니의 가족, 강아지 '지니'
골목길에서 작은 수레에 강아지를 태우고 가는 한 할머니를 만났다. 'ㄱ자' 로 굽은 허리에 "지니야! 지니야!" 부르며 걸어간다.

진안제일 교회 옆에 방을 얻어 산지 5~6년. 김부남(89) 할머니는 잘 끊어지지 않는 깊은 기침을 한참 한 후에 이야기를 들려준다.

"강아지 줄이 뻣뻣해서 좀 부드러운 걸로 사주려고 가고 있어, 얼마 전에 누가 줬어. 심심한데 데리고 놀라고. 이름이 지니여. 암컷인데 몇 살인지는 몰러."

TV도 없이 군에서 지급 되는 돈으로 생활한다는 할머니. 그 외로움을 지니 때문에 잊고 산다.

"아들 셋은 모두 죽고, 딸 셋은 다 못살아. 큰 사우는 죽고 작은 딸은 암에 걸리고 내가 이렇게 복이 없어. 시방 같이 병원도 없었네. 그 때는…. 이렇게 좋은 세상에 낳으면 살렸는가 몰라."

깊은 주름에 눈물이 고이고 많은 고생으로 마디가 굵어진 손으로 닦아낸다.
외로운 노인에게 강아지 지니는 소중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