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천면 신괴리 지사마을 박은영 씨

▲ 박은영씨
짧아진 해로 어둑해진 저녁시간. 박은영(46)씨는 휴가를 맞아 찾아 온 막내 동생 가족과 함께 고구마 구워 먹으며 보름달 환하게 뜬 가을 밤 낭만에 젖어 있었다.

안천면 신괴리 지사마을. 지사마을 중에서도 밖으로 따로 떨어져 몇 가구 살지 않는 그곳에 박은영씨는 1년 전 세 명의 자녀와 함께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일반 집이 아닌 돔 하우스에서 잠시 기거하며 자녀들과 함께 직접 살 집을 짓고 있는 그녀. 어떤 이끌림이 박은영씨 그녀를 진안으로 인도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진안은 편안하다"
박은영씨는 귀농을 계획했다. 그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그녀는 전국 각 지를 돌아다니며 살 곳을 찾아 다녔다. 산을 좋아하는 그녀이기에 산이 좋은 강원도나 충북지역 등 모두 다녔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들어오는 지역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정말 우연히 박은영씨는 진안을 지나가게 되었으며, 진안이 왠지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그 이끌림에 따라 진안 안천면에 터를 잡게 되었고, 그 곳에서 그녀는 때 묻지 않고 순박한 이웃 주민들을 만났다.

"옛날 조상들은 좋은 동네를 정할 때 이웃사람들을 보고 프리미엄을 줬다고 해요. 저도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지역에 와서 이웃 사람들과 이장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그렇게 마음 편안하고 이웃 사람마저 좋은 곳에서 박은영씨는 현재 산촌생태마을 산촌매니저로서 역할을 담당하며 마을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노력한다.

"산촌매니저를 하면서 지역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어요. 어떨 때는 월급을 받는 게 미안하기도 해요.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서 봉사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제가 짬을 내서 할 수 있는 일도 있으니까요."

짧은 지난 일 년의 기간. 그녀는 그 시간동안 지역에 스며들었고 벌써 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진안사람이 되어 있었다.
 
◆행복한 삶을 위해
"제가 36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대학에 들어가서 동양철학에 대해 공부했어요. 그러다보니 근본적으로 조화로운 삶과 생태적인 삶을 찾게 됐어요. 그리고 우리 농업이 지금 다국적 기업에 다 넘어가는 현실과 자급자족하는 것이 25% 밖에 안 된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죠. 그래서 귀농을 생각하게 됐어요."

도시에서 살던 그녀는 그렇게 자꾸만 작아져가는 농촌의 현실과 돈과 명예만 있다고 행복한 삶이 아닌 정말 근본적인 행복을 찾아서 왔다. 중국에서 유학중이던 아들도, 김제에 있는 대안학교에서 즐겁게 생활하고 있던 딸도 불러들였다.

"처음에는 아이들도 적응을 잘 못했어요. 특히 아들은 6개월 동안 적응을 못해 힘들어 했죠. 하지만 지금은 유치원에 다니는 늦둥이 딸까지 해서 세 자녀가 스쿨버스에 타고 학교에 가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그녀는 아이들 공부를 생각했다면 시골로 내려올 수 없었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소위 엘리트가 된다 해도 정말 그게 행복한 삶인가를 생각했고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시골로 가자는 것이 그녀, 박은영씨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녀의 그 생각에 자녀들도 함께 동의하며 시골에서 느끼는 행복함을 찾아가고 있었다.
 
◆작은 공동체 만들기
그녀는 현재 주말부부다. 남편은 서울에서 사업 정리가 늦어져 함께 내려오지 못했다. 하지만 곧 남편도 안천으로 내려와 그녀의 삶에 동참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앞으로 15가족의 귀농을 독려하며 계획하고 있었다. 가깝게는 친 언니부터 아름아름 알고 있는 지인들까지. 그렇게 그녀는 그 사람들과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해 지역에 보탬을 주고자 하고 있었다.

"땅을 9,917㎡(3천 평)을 확보해 두었어요. 15가족이 내려오기만 하면 돼요. 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갭이 크더라고요. 말은 내려온다고 하지만 쉽게 정리하고 내려오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초석이 되어서 터를 다듬어 두고 있다면 곧 내려오겠죠."

은영씨는 시골에 젊은 사람 없이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볼 때면 참으로 안타깝다. 그래서 그녀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귀농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앞으로 귀농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다 재능 있고 젊기 때문에 지역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하나의 작은 자급자족 공동체를 만들어 체험활동을 하는 공간과 산촌유학도 계획 중입니다."

박은영씨. 그녀는 지금의 세대뿐 아니라 자손의 세대까지 바라볼 수 있는 것을 꿈꾼다고 말한다. 근원적 삶에 몸 바쳐 살아보고 싶다는 은영씨. 3년 동안은 몸과 마음 힘들게 부딪쳐 보고 5년 뒤엔 하는 일에 윤각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다짐하는 그녀. 그녀는 자신 있게 말한다. 정말 행복한 귀농을 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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