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론
박 선 진 <소설가·주천면 무릉리>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말은 진리다. 담금질을 많이 한 쇠일수록 강하고 쓰임새도 많다. 그래서 부모들은 누구나 자식을 강하게 키우려는 소망을 갖고 있다.

그런데 윗자리에 계시는 어른들의 아이사랑은 그게 아닌 모양이다. 아이들의 건강한 다리를 묶어놓고 장애인을 만들려는 해괴한 처방이 곧 실시 될 거라는 소문이 무성하니 말이다.

'통학차량 운영계획 안' 이라는 것인데 중학생들에게 등 하교길 2-30분 걷는 게 힘들테니 택시로 통학을 시켜준다며 이미 의회에서 그 예산까지 의결되었다는 소문이다. 그냥 소문으로만 끝나면 좋을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그 계획의 추진 목적은 세 가지인데 첫째는 거리가 멀어 등, 하교시 불편한 학생들을 위해서라는데 그 멀다는 거리가 인삼조합, 쌍다리, 고향마을 아파트, 터미널이란다. 걸리는 시간도 길게 잡아야 2-30분이면 충분한 거리다.

다음으로 내세운 이유가 교통사고의 위험을 방지 한다는 것이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로 들고 나온 것이 택시업계 재정난 해소라는 데에는 그만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운동중에도 가장 좋은 운동은 걷기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더구나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걷기는 근육발달은 물론 뇌신경을 자극하여 머리를 좋아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농현상이 심해져 문 닫는 학교가 늘어나고 마을에서 마을로 아이들을 등하교 시키는 노란 학교버스를 보는 일은 예사다. 그래도 아이들은 학교버스에서 집까지는 걸어 다닌다. 어떤 외딴집 아이들은 차를 내려 맡겨둔 자전거를 타고 한 시간 넘게 집으로 가기도 한다.

얼마 전에 백운면에 갔다가 그런 초등학생을 보았다. 요즘 세상에- 하는 안된 마음도 들었지만 저 아이에게 이 시절은 아주 귀한 밑거름이 될 거라는 믿음이 들었다.

아이야, 그렇게 걷고 페달을 밟는 너의 두 다리는 앞으로 너의 인생을 튼튼하게 받쳐줄 기둥이 될 것이며, 그렇게 자극받은 너의 성장판은 키를 쑥쑥 자라게 할 것이며, 땅바닥을 치면서 건드린 너의 뇌는 너를 명석하게 해줄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이야, 네가 걸으면서 만난 길가의 풀과 나무, 스치는 시원한 바람, 맑은 공기, 머리위의 푸른 하늘빛과 구름은 너의 인생 전체를 걸쳐 힘이 되어 줄 것이니 아이야, 오늘의 땀은 보석이란다. 하고 맘속으로 응원을 보냈다.

그런데 너무도 친절하신 군수님 이하 이런 의결을 하신 어른들 눈에는 이런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입으로는 창의력을 내세우면서도 교육은 교과서와 시험지의 결과로만 이루어진다고 굳게 믿고 계시나 보다.

등하교시에 친구랑 걸으면서 나누는 이야기들은 공부가 아니라서 그것도 삭제조항이고, 그렇게 아낀 시간과 몸으로 교실에 앉아서 단어 하나라도 더 외워라 하는 것인가. 그럼 학교의 체육시간도 없애고 운동장도 있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문제는 또 있다. 택시통학 대상 학생들을 위해서 승차장과 승차증을 만든다는데 승차장은 머지않아 우리군의 명물이 될 것이고, 승차증은 학생들만의 새로운 지역화폐가 되어 일찍부터 공금의 오용을 가르치게 될 것이며, 정해진 시간대에 일정도로를 달릴 택시들로 인한 또 다른 교통혼잡과 불행히도(?) 집이 가까워 걸어서 학교 가는 학생들은 자신의 건강한 두다리와 부모를 얼마나 원망할 것인가 예견되는 부정적인 사례들은 열거하자면 지면이 모자랄 지경이다.

무엇보다도 묻고 싶은 게 있다. 그런 계획이 진정 아이들을 위하는 일인지, 정말 아이들을 위해서 내린 결정인지. 택시업계의 재정난을 해소시키는 방안이 꼭 이렇게 아둔해야 하는지.

아무리 표밭에서 사는 분들이라고 하지만 한사람 한사람과 악수를 나누며 걸어다니던 당신들의 표밭이 그나마 당신들의 저력이 되어주었다는 걸 잊으셨는지. 지금이라도 결코 늦지 않으니 재고해야 마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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