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중국의 옛 속담에는 '(신분이) 귀해지면 친구를 바꾸고, 부자가 되면 마누라를 바꾼다'는 말이 있다. 벼슬길에 나가게 되면 죽마고우와는 자연히 멀어진다.

거리가 멀어서만이 아니라 가까이 있다 해도 처신하는 것이나, 신분이 달라져서 친구들과 예전처럼 허물없이 대하기가 어렵다. 중국의 예전 풍습은 매매혼(賣買婚)이 허용되어 부자가 되면 조강지처를 버리고 예쁜 첩을 얻는(사는) 것이 예사였다. 그래서 나온 말이다.

어쨌든 사람은 끼리끼리 모이게 마련이다. 부자는 부자끼리, 고위공직자는 고위공직자끼리, 근로자는 근로자끼리, 거지는 거지끼리, 복부인은 복부인끼리 상종한다. 그래야 화제의 공통분모도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필자가 언젠가 예전 직장 동료들과 회식한 일이 있었는데 식사 내내 그들의 화제라는 것이 어느 단지 아파트가 오를 것 같다느니, 어느 지역이 개발 전망이 있으니 사두는 것이 좋다느니 온통 부동산 재테크 이야기뿐이었다.

그 방면에는 당최 무식(무관심)한 필자로서는 하품이 날 지경이었다. 그리고는 은근히 부아가 났다. 그때나 지금이나 부동산투기가 찬양받기는 어려운 행위이기도 했다. 그래서 참다못해 한마디 했다.

"그래, 그처럼 화제가 없나요? 차라리 Y담이라든지, 연예가수첩 정도의 화제라면 분위기가 나을 듯한데…"

당연히 분위기는 어색해졌고, 필자는 그 뒤로는 그들과 어울릴 필요도, 기회도 없었다.
동창회 같은 데에서도 끼리끼리의 기미는 감지된다. 출세한 친구가 참석하면 분위기가 좋을 수도 있지만 평범한 친구들과 대화가 이어지기는 힘들다. 여러 방면에서 시각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고소영' '강부자' 라는 말이 일반명사로 자리잡았다. 너무 유명해서 해설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지만 그래도 부연해 보면 '고려대?소망교회?영남'이 고소영이고, '강남 땅부자'의 준말이 강부자란다.

부자라는 이유로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 부의 축적과정이 정당했는지도 문제지만 설사 정재(淨財)라고 해도 정치권의 핵심에 부자들로만 채워 놓으면 문제가 많다. 부자들의 속성상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부자는 그만큼 세금을 더 내야함은 상식이다. 그 세금이 나라살림을 꾸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돈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남의 돈 천냥이 내 돈 한푼만 못하다'는 속담처럼 아무리 부자라도 누구나 제돈 나가는 것은 싫어한다.

그런데 부자들끼리 국정의 핵심에 참여하면 그들이 정책을 입안할 때 소수의 자신들을 위할 것인가, 아니면 대다수 서민들인 일반 국민을 위하는 정책을 만들어 낼까? 대답은 자명하다.

종부세만 해도 그렇다. 청와대 수석들과 정부의 장차관 대부분이 종부세 대상자들이라고 한다. 그들이 연간 부담하는 세액이 수천만 원 내지 수억 원대이니 그들은 온갖 핑계를 들어 종부세를 폐지 또는 완화하려 할 것임은 뻔하다. 실제로 그런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전체 국민의 2%인 부자들을 위하여 종부세를 완화 내지는 폐지한다고 하니 결국 그 세수결손은 98%의 일반국민들이 보전해 주어야 한다.

최고통치자는 이런 여러 계층의 시각차를 아우르고,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나라가 제대로 굴러간다. 그럼에도 이처럼 부자들을 내각과 청와대 수석으로 임명한 사람은 바로 대통령이다.

또 종부세를 완화하겠다고 한사람도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부자이니 그의 사교범위도 부자에 한정되어 있고, 부자의 목소리 밖에는 안 들리나 보다. 대통령이 부자들하고만 유유상종하고 있으면서 국민 대통합은 어떻게 주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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