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살리기의 기점으로 삼자

백운면 신암리 데미샘에서 발원하는 섬진강은 유일한 진안의 강이다. 진안이 발원이랄 수도 있는 금강은 용담댐으로 인해 자연적인 강의 개념이 상실되면서 그 동안 관심 밖에서 방치되다시피 한 섬진강을 다시 살리고 가꿔야 한다는 입장들이 점차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샛강살리기, 하천정비, 각종 정비사업과 정화사업에 예산을 투여하고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환경오염의 척도 등 환경 관련 지표로서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물이고 강이지만 내형적으로는 실속 있는 관리와 운영의 부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농업용수의 공급원 그리고 홍수조절이라는 단순하고 획일적인 기능 유지에서 여전히 탈피하지 못하는 것은 구태의 사고방식으로 행정서비스의 경쟁력과 지자체의 차별화 강조의 시대에 비추어 볼 때, 지역발전의 실질적 의지와 행정의 주요 관심도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최근 진안군은 섬진강 상류인 마령천 계남교에서 석교마을 마령교에 이르는 약 1.5Km에 걸쳐 하천 정비와, 교량 높이에 제방을 맞추는 공사를 발주했다. 계남교에서 가미소보(加米沼洑)에 이르는 구간은 제방폭을 3m로 하고, 하천 바닥을 준설하여 제방에 성토하게 되면 지금의 제방 높이보다 2m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천면은 경사도에 맞게 호안 블럭(護岸 Revetment Block)으로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가미소포에서 석교마을 마령교에 이르는 구간은 제방폭을 4m로 확장하게 된다. 이제는 농업용수와 재난방재의 차원에서 획일적으로 이루어진 하천관리를 이제는 생태와 친환경, 지역적 지형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접목시켜 활용가능한 가치를 이끌어내야 할 때다. 친환경농업이나 녹색관광체험, 갖가지 농촌환경을 소재로 특정 지역의 특이성을 부각시키는 때에 섬진강이 지닌 의미는 단순한 수로(水路)의 원시적 형태를 빨리 벗어나야 한다. 이러한 요건을 고려하여 공사에 소요되는 토목자재 등의 적정성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강살리기 차원의 꾸준하고도 치밀한 전략이 보다 심도 있게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들이 속속 표면화되고 있다. 진안군은 강살리기 사업 실적에 대하여 중앙정부에서 우수 공공단체로 지정 포상하였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상기해야 할 것이다. 체계적인 환경연구나 민간의 환경의식이 다소 뒤떨어진 진안의 현실을 행정이 보완하고 배려해야 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섬진강은 마이산과 더불어 8천만 년 전 진안고원 형성의 축을 이루는 역사적 지형기록물이다. 갯버들, 쉽사리 갈대, 달뿌리풀, 쑥부쟁이, 창포, 억새, 붓꽃, 부처꽃, 띠, 패랭이꽃, 속새, 개구리밥, 생이가래, 부레옥잠 등 추수식물과 부엽식물의 생태적 특징을 살리고, 민물고기가 다시 살아나며, 강변에서는 친환경 농법이 이루어지고 섬진강을 따라 달라지는 마이산의 경관을 볼 수 있게 하며, 마을의 어르신들이 강변에서 천렵(川獵)하던 시절의 미풍을 되살리고 도회지 사람들이 산자수명한 이 고장의 멋스러움과 풍요를 만끽하며 가을날 허수아비와 메뚜기, 불무리, 피라미를 구경하고 단오날 창포에 머리감는 시절은 언제쯤일까.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이번 기회에 고식적인 사업의 한계를 탈피하여 지방화시대의 차별화에 걸맞게 내실 있고 미래지향적인 지역발전의 의지와 소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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