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미국의 공식이름은 아메리카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이며, 약칭은 U.S.A.라고도 한다. 합중국(合衆國)이란 여러 종족이 모여 산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아메리카는 본디 남북미 대륙을 가리키는 말인데 미국의 국세가 하도 커서 미국을 아메리카라 불러도 이상할 게 없고 지금도 미국을 그저 아메리카라 부른다.

우리가 미국이라 하는 연유는 일제 때 아메리카를 한자로 아미리가(阿米利加)라고 표기하다가 너무 길어 거기에서 미(米)만 취하여 미국(米國)이라 하였는데 우리나라가 광복이후 미국을 대접해 주느라고 미를 아름답다는 뜻인 미(美)로 바꿔 불렀다.

그런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새삼스럽게 참신하다.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것이 미국의 건국이념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노동력을 얻기 위해서 아프리카에서 반인륜적인 노예사냥을 통하여 유입된 흑인들을 착취하고 학대한 부끄러운 역사도 모자라 흑인들에 대한 편견은 쉽사리 가실 줄을 몰랐다.

 인종간의 편견은 유별나다. 백인들은 피부가 대체로 흰색이니까 스스로 무색으로 보고 나머지를 유색인종으로 불렀다. 아시아계는 황인종, 아프리카의 흑인종, 아메리카 원주민은 붉다고 홍인종이라 했다. 여기에는 유색인종에 대한 멸시의 뜻도 담겨 있었다. 그런데 인류의 피부는 왜 이처럼 다를까?

조물주가 인간을 만들 때 흙으로 빚어 가마에 넣어 구웠는데 너무 일찍 꺼내 설익어 불량품이 된 것이 백인이고, 다음번에는 너무 오래 구워 새카맣게 타버린 것이 흑인이고, 이런 시행착오를 거쳐 알맞게 구워낸 것이 황인종이란 우스개는 우스개를 넘어 어떤 함의(含意)를 담고 있는듯하다.

인류탄생에 관한 통설은 대체로 아프리카 열대림에 살던 영장류가 도구를 사용하다가 진화하여 인류의 조상이 된 뒤 세계 각지로 퍼져나가 지금의 인류가 되었다고 한다.

조상은 같지만 지금처럼 피부색깔이 다른 것은 환경에 기인한다고 본다. 아프리카는 적도 직하이므로 멜라닌색소의 거듭된 침착으로 피부가 검어졌고 유럽은 북위 40도가 넘는 북반부에다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흐린 날이 많아 태양에 노출되는 기회가 적어 피부가 덜 태워졌고, 아시아인은 비교적 사계가 뚜렷하여 여름철의 뜨거운 태양에다 겨울의 추위에 바래 적당히 탔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아시아계도 적도 직하의 인도나 동남아 여러 나라는 흑인에 가까운 종족도 많이 있다.

어쨌든 인류의 우열은 피부색으로 논하는 것이 부질없는 듯하다. 나치독일의 히틀러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때 믿었던 자국 육상선수들이 미국의 흑인 선수들에게 잇따라 패했을 때 "괜찮아, 우리는 사람한테 진 게 아니라 동물한테 졌으니까."라고 했단다.

그러나 흑인들이 동물적 감각으로 운동만 잘하는 게 아니다. 미국에서만 봐도 학계나 관계, 나아가 전문분야 어느 곳에도 흑인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따라서 흑인들을 보는 백인들의 눈도 많이 달라져 갔다.

실상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의 출현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영상에서 흑인 대통령을 자연스럽게 접했다.

지구와 혜성의 충돌을 그린 <딥 임펙트(Deep Impact)>라는 영화에서는 흑인 대통령이 미증유의 재난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장면이 묘사된다. 그 흑인 배우가 잘 알려진 명배우이기도 하였지만 극중의 대통령은 흑인도 대통령을 훌륭하게 할 수가 있구나 하는 메시지를 감동적으로 관객에게 심어주기에 족하였다.

따라서 언젠가는 흑인대통령의 출현도 당연하다는 정서가 퍼져나가 미국의 백인들까지 오마바를 지지한 것이라 본다.

단일 민족이라는 우리나라가 남북한의 분단에다 지역 간의 갈등, 빈부간의 격차가 신분화되어 가는 얼룩진 작금의 현실에서 아메리카 합중국답게 인종간의 편견까지도 떨쳐버린 미국민의 판단이 더욱 부럽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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