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통일기행 연재(1)

지난 10월 16일부터 17일까지 우리군 초등학생 6학년 220여 명과 인솔교사 등이 북한 개성공단으로 현장학습을 다녀왔다. 흔치 않은 이 경험을 우리신문 독자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인솔교사와 참가 학생들의 기행문을 연재한다. 이번호에는 첫 번째 순서로 인솔교사로 참가한 송풍초등학교 윤일호 교사의 글을 싣는다. /편집자

▲ 윤일호 교사와 학생들이 박연폭포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시작부터 우스갯소리일지 모르겠지만 한 군에서 한 학년 전체가 현장학습을 같이 간 사례는 아마도 전국 최초가 아닌가 싶다.

더군다나 남녘에 있는 곳도 아니고, 북녘을 다녀온 사례는 더더군다나 없으니 이번 개성공단 통일기행은 추진한 것만으로도 가치가 높고, 뜻으로 보아도 수학여행과는 다르게 북녘의 문화와 생활을 보면서 통일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경험이다.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선생님들도 북녘은 처음 가는 선생님들이 많았다. 사실 선생님들도 입으로는 통일을 이야기하고, 북녘의 현실이 어렵다고들 말하긴 하지만 실제 모습이 어떤지 경험이 없으니 아이들에게 마음으로 이야기할 순 없었다.

그래서 더욱 북녘을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들 마냥 설레고 기대되었다.
아이들이 다녀온 기행글이 있기에 장황하게 늘어놓을 순 없고, 안내원에게 들은 이야기와 내 느낌을 적어보겠다.

첫날은 독립기념관과 동작동 국립 현충원을 갔다. 안개 자욱한 사이로 살짝 비친 독립기념관은 왠지 신비함과 웅장한 민족혼이 느껴졌다. 마냥 지난날의 아픔을 짊어지고 살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지난날의 역사를 잊고 살 수는 없다고 본다.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것은 앞으로 우리 모습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동작동 국립 현충원에 들어서니 선거철만 되면 갑자기 애국자라도 된 것처럼 현충원을 드나드는 정치인들이 떠올랐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분들이 더 위대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남측 출입사무소를 통과하고 북측 출입사무소에 들어서니 책이나 TV로만 보던 장면들이 펼쳐진다. 낯익지만 처음 보는 군인들. 한민족이지만 조금 어색하다. 북녘은 안개가 짙었다. 맑은 날은 개성 시내가 한눈에 펼쳐진다는데 우리는 짙은 안개로 아쉽게도 바로 앞의 길만 보고 갔다.

박연폭포 가는 길에 개성에서 평양까지 난 고속도로를 탔는데 차마 고속도로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우리의 국도 수준도 안 되는 고속도로였다. 그래도 그 길을 따라가면 평양까지 한 시간 반이면 간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도로에 우리 차 말고는 한 대의 차도 볼 수 없었다는 점. 한참을 가다 시멘트 포장길로 삼십 분 넘게 가고, 걸어서 한참을 오른 후에야 박연폭포를 볼 수 있었다.

사진으로, 말로만 보고 듣던 송도삼절 중의 하나인 박연폭포! 오랫동안 가뭄이 들어 물은 적지만 그래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한국 사람만이 함께 느낄 수 있는 경외감과 함께 왠지 모를 짜릿한 전율이 느껴졌다. 점심은 개성 시내에 있는 통일관에서 먹었는데 통일관은 북녘에서도 이름난 식당이라고 한다.

놋그릇에 정성스럽게 담긴 13첩 반상은 말 그대로 진수성찬이었다. 아이들이 별로 맛없어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맛있다며 잘 먹는 모습이 '역시 우린 한 민족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먹기엔 차려진 음식이 너무 많아 남길 수밖에 없어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오후에는 선죽교를 갔는데 박연폭포를 볼 때처럼 수백 년을 거슬러 고려의 역사 흔적과 마치 정몽주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아 좋았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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