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벼농사 … RPC(미곡종합처리장) 설치가 고령화 대책!
조헌철 부귀면 황금리 방곡마을 주민

추수의 계절 가을에 도로변에서 나락을 말리는 모습을 자주 봤을 것이다.
얼마 전 이장님과 함께 군청에 볼일을 보고 들어오다가 부귀면 소재지에 있는 한 슈퍼에 들렀다.

이장님께서 잠깐 슈퍼에 들러 술을 한잔 하자고 하신다. 음주단속 때문에 운전할 일이 있을 때는 술을 잘 안 먹는 나였기에 그때도 이장님만 맥주를 드시면서 슈퍼 사장님과 얘기를 나누시다가 슈퍼사장님께서 저보고 오늘 음주단속 심하다고 하시면서 술 먹지 말라고 하신다.

며칠 전에 음주상태로 운행 중이던 차가 나락을 말리고 있던 노부부를 치었다는 것이다. 그 사고로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할머니는 중상이라고 하신다.
그리고 며칠 뒤 이장님께서 나락을 한번 옮겨달라고 한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안 말린 나락을 받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판 포대에 나락을 안 담고 대형 포대에 나락을 담아서 옮겼다. 포대가 얼마나 큰지 1톤 트럭에 두 개의 포대가 가득 찼다. 왜 나락을 안 말리냐고 물어보니, 나락 말리는 일이 보통 일도 아니고 공판 포대 들어 옮기는 것도 너무 힘들어서 RPC(미곡종합처리장)에 가져간다는 것이다.

사실 밖에서 일을 보고 저녁때쯤 마을에 들어오다 보면 어르신들이 한창 포대를 옮기고 계신다. 무게가 얼마인지 모를 그 포대를 어르신 두 분이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다 못한 나는 얼른 내려서 포대를 들어본다.
그렇게 무거운 것도 아닌데 두 어른이 쩔쩔매는 모습이라니. 농촌의 고령화 어쩌구하는 말들이 스쳐갔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10월 이맘 저녁때쯤 마을로 들어오는 길에 나락 포대를 옮기는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거들곤 했던 나는 어르신들에게 그 일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이장님의 대형 포대를 내 차와 동네 형 차 2대로 같이 옮겼다. 문제는 공판 받는 곳이 진안이 아니라 완주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완주 고산까지 다녀왔다. 고산 RPC(미곡종합처리장)에 도착하니 엄청난 탱크가 4개 있었다.

이장님께 저 탱크 하나에 나락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여쭤보았다. 저거 하나면 진안에서 생산된 나락은 다 들어갈 거라 하신다. 그 정도로 엄청난 탱크가 4개나 있었다. 그곳 시설을 보면서 얼마 전 사고 얘기가 생각이 났다. 만약 진안에 이런 RPC가 있었다면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완주 고산에 다녀온 나는 건조RPC에 대한 내용을 찾아봤다. 자료를 찾아보다 농림부에 'RPC유통기능 활성화 및 쌀 브랜드 유통정책'이란 것이 있었다. 내용은 RPC 지원에 관한 것이었다. 잘 살펴보니 많은 지원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정책적 지원이 있는지를 몰랐으면 몰라도 이제라도 알았다면 지역주민들과 함께 행정과 농협이 나서야 될 때라고 생각이 든다. 이제라도 우리 군에서도 건조RPC의 필요성을 느끼고 이 일을 지역주민이든 행정이든 농협이든 어느 누구든 나서야 된다고 본다. 이것이 지역주민들로 보면 우리를 위하는 길이고, 행정으로 보면 군민을 위하는 길이고, 농협에서 보면 조합원을 위한 길이 아니겠는가.

아마 어떤 이들은 '돈도 안 되는 쌀농사를 계속해야 되냐' 라고 얘기할지 모른다. 나도 많지 않은 벼농사를 짓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게 사실이다. 쌀값은 떨어져도 유류비 상승으로 다른 자재비들은 올라갔으니 말이다.

친환경 벼농사를 하게 되면 비싸게 팔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행정이든 농협이든 어느 누구 하나 판로를 책임지기가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농촌에서 벼농사를 과연 포기할 수 있는가. 아직 분단된 국가에서 전쟁이라도 일어난다면 기아사태가 벌어질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한 일이다.

UN에서도 경고하고 있듯이 세계 식량위기 사태는 예견되고 있다. 식량은 인권이고 주권이며 안보이다. 그리고 논의 다원적 가치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많이 들어서 잘 알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벼농사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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