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박 선 진 <소설가·주천면 무릉리>

지난 11월 1일 백운면 자치센터에서 아름다운 가게 운영자 박원순 변호사가 이끄는 '쇼셜 아이디어 스쿨'이라는 희망학교의 학습이 있었다. 학생들은 전국에서 모인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로 연령층도 다양했는데 젊은 층이 많다는 게 희망적이었다.

그 현장은 나 자신도 포함된 귀농인들의 문제를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었는데…
우리군은 행정에서 파악하고 있는 것보다 실제 살고 있는 귀농인들이 더 많을 것이다. 이것부터도 바로 파악되어야 하지 않을까. 귀농인들은 대개 외딴집에 살고 있다. 새로운 관계맺기를 기피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개는 농촌에 사는 일도 각박한 도시생활만큼 노하우가 필요하므로 정보를 얻는 차원에서, 객쩍은 외로움을 해소하고자 얼굴을 내미는데 이제 귀농인들은 각개전투에서 스스로 나와 연대를 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군의 귀농귀촌활성화정책은 참으로 다른 시군을 앞서가는 획기적인 정책이다.
그 정책이 귀농희망자에게 돈이나 대주는 천박한 지원이 아니라, 더 생각하고 더 고민하여 우리 지역에 기여할 수 있고 자신들도 잘 살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오라고, 자칫 의욕만 앞서서 귀농을 서두르는 도시민들을 다독거려 가며 "더디더라도 제대로" 가는 길을 차분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걸어가고 있는 군청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젊은이가 떠나고 남아있는 농촌 인구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활력을 불어넣기에는 이미 체력, 지력, 탄력을 잃었다고 본다. 희망없는 농촌 이라는 말도 여기에서 나오는 것일 것이다. 농촌을 일으켜 세우려면 재정적 지원도, 기반시설 등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그것을 이끌어 갈, 즉 행동할 동력으로서 "사람"이 필요하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은 농사만으로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농촌에 다양한 기능을 심어줄 수 있다고 본다. 귀농인들은 나름대로 도시에서 이런저런 경력들을 가진 사람들로 농촌의 또 다른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도시출신 귀농인을 우리 지역으로 많이 불러 들여야 하고 이미 정착한 그들을 모아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전국에서 가장 자랑할 만한 귀농활성화정책이 한 사람의 계약직 공무원의 손에 맡겨져 있다는 점이 무섭다. 공무원은 이른바 순환보직제라 하여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싫든좋든 다른 업무를 맡아야 한다. 마을만들기팀의 일은 한해두해에 실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도중에 방향전환이 생겨도 안되는,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수장首長은 고사하고 담당 공무원만 바뀌어도 생각이 달라지는 행정 쪽의 속성을 생각하면 전 군수의 정책을 승계하여 더욱 발전시킨 현 군수의 일관성은 대단히 훌륭한 치적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우리 군의 귀농활성화정책이 탁월하다고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견학하러 온다. 그때마다 마을만들기팀의 담당자들은 안내하고 설명하느라 늘 바쁘다. 이러다보니 현재 집행하는 사업을 확인하고 모니터링 할 시간도 모자랄텐데 언제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연구하겠는가? 언제까지나 이 고급인력들을 안내역으로나 사용하고 있어서 될 일인가?

귀농인들도 한편으로 행정에 직접적으로 말 못 할 일들도 많을 것이다.
귀농귀촌활성화센터가 생겨 그나마 사랑방처럼 드나들면서 도움을 받는다고 하지만 그 것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군을 살기 좋고, 살고 싶은 지역으로 만들기 위하여 우리 군이 앞으로도 해야 할 많은 사업에 귀농인들이 가진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일부 마을만들기 팀에서 하고 있는 귀농학교, 생태건축학교 등을 설립과 운영부터, 지역 디자인 전문그룹과 연계한 발전계획의 수립과 시행, 도시와 농촌을 잇는 가교역할을 할 도농교류 프로그램의 확충과 그 실행 등등 찾아보면 할 일이 너무 많다.

항상 계획부터 시행까지 다 해주는 이런 행정체계에서는 그런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또한 행정의 지시에만 따라가는 일도 우리 군민들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
지난 번 마을축제 때 보니 귀농인을 포함한 군민 중에도 재주꾼들이 많았다. 이런 분들이 주민 합의를 바탕으로 행정과 협조하여 마을발전의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까지 한다면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에 가깝게 가고, 행정력의 낭비도 줄일 수 있어, 내발적-주민주도형-상향식 마을발전론의 취지에도 맞는다고 본다.

또한 이런 사업들을 소득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것도 민간주도가 아니면 안 될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사업은 사회적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행정기관이 드러내 놓고 소득사업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니 말이다.

11월 말쯤에 귀농귀촌인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그 때를 시발점으로 하여 진안의 귀농인들을 한자리에 모이고 연대를 구성해서 희망과 꿈을 위해 모여든 진안을 위해서 각자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초석의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렇게 자기의 힘과 열정을 보탤 때만이 더욱 깊고 튼튼한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은 행정이 맡을 수가 없다. 민간에 넘겨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간에. 언제까지나 이러한 귀농지원업무를 행정에만 맡겨두고 있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 귀농이라는 말은 꼭 농사를 짓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제까지의 삶의 방식을 전환한다는 의미로 쓰이기 시작하였다는 처음 귀농운동을 일으킨 분들의 풀이를 곁드립니다.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