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인(29) …자두농사 짓는 최영진 씨

▲ 최영진 씨
자두나무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먼저 하자는 기자의 요청에 따라 스쿠터에 몸을 싣고 쏜살같이 과수원으로 달리는 최영진(33세)씨의 뒷모습에서 자신감 넘치는 농부의 모습이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대학에서 전자학과를 졸업하고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익산의 반도체회사에 당당히 입사한 최영진씨의 이력을 통해서도 목표에 대한 그의 열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직장에 다니면서 공무원시험이라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던 그에게 자두농사라는 화두가 던져진 건 지난 2005년. 동향에서 자두농사를 짓고 있던 지인으로부터 자두농사, 특히 추이 품종에 대한 매력과 시장성을 전해들은 최영진씨는 특유의 직관으로 그 가능성을 감지하고 4년여의 직장생활을 접고 고향인 안천면 신괴리 괴정마을로 돌아왔다.

귀농 이듬해인 2006년에 2천여 평의 다랑이 논을 포크레인을 동원해 과수원으로 만들어 6백 그루의 자두 묘목을 심었다. "어릴 때의 농사 경험이 지긋지긋해 농사는 생각도 안 하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는 최영진씨는 "어릴 때는 부모님이 시켜서 한 일이라 재미도 없고 하기도 싫었는데, 지금은 내 스스로가 계획하고 작업을 합니다. 일하는 재미가 쏠쏠하죠."라고 말하며 살짝 미소를 머금는 표정에 현재의 일에 대한 애정이 배어 나왔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기술 전수가 제대로 안 돼 고생을 많이 했다는 최씨. 줍고 또 주워도 샘물 솟듯 돌이 나온다는 그의 자두 농장은 지금까지도 돌을 골라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새로운 작물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일에 뛰어들려면 관련 자료를 섭렵해야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첫 투자비 외에 지속적인 운영비까지 계산하고 시작해야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농사를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재작년에 농업기술센터 환경농업대학을 수료한 최영진씨는 환경농업 교육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제는 제초제와 같은 독성 농약은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최씨도 현재로서는 친환경농산물인증을 받는 것에는 난색을 표했다.

"가을자두인 추이 품종은 벌레 먹는 기간이 길어 농약을 치지 않고는 경제성 있는 과실을 만들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천안에서 추이 품종 자두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가가 친환경 재배에 도전했다가 수확을 거의 못했다는 얘기를 전하면서 아직 초보자인 자신으로서는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최씨가 친환경 재배를 도외시하는 것은 아니다. 방조망을 치듯 과수원 전체에 모기장과 같은 나방 등의 침입을 막을 수 있는 망을 쳐서 과실에 애벌레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란다. 친환경 재배에 대한 남다른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아마도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본다면 최씨의 과수원이 자두 재배지로서 전국적인 선진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첫 수확이어서 양이 많지 않았지만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 최영진씨는 대부분의 농민이 농사만 지을 줄 알고 유통에는 문외한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자두를 공판장에 출하할 경우 생산자에게 돌아오는 몫이 너무 적습니다.

그래서 전 도농직거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직거래의 불확실성을 지적받은 최씨는 "그런 면이 있지만 직거래만큼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직거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영진씨는 "자두 농사가 처음 시작할 때는 투자비용이 많이 드나 재배 관리가 편하고 수확량이 많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요즘 대세를 이루고 있는 시설형 재배방식을 택한 최씨는 굵은 쇠파이프로 V자형 지지대를 세워 가지를 유인해 수확을 쉽게 했다. 이러한 방식은 밀식 재배를 가능하게 하고 가지를 파이프에 연결된 끈에 묶어둠으로써 태풍에도 가지가 부러지지 않는 효과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농촌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보느냐는 질문에 "아마도 10년 안에 농민의 50%는 줄 것이라 봅니다. 이것은 농촌의 위기이자 기회라고 봅니다. 저처럼 젊은 사람에겐 호기가 될 수 있죠."라고 답했다. 앞으로 농업은 젊은이의 노력 여하에 따라 괜찮은 직업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 말하는 최영진씨는 시골만큼 좋은 곳이 없다고 단언하면서 "일할 때 되면 일하고, 놀 때 되면 놀고, 모든 것이 주체적 삶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농촌이라 생각합니다."라고도 말했다.

안천면 젊은이들의 모임인 청년회와 자율방범대 등 고향 선후배 간의 모임이 귀농 생활의 든든한 힘이 된다는 최영진씨는 결혼이라는 디딤돌을 바라고 있었다. 결혼을 통해 농촌의 삶이 더욱 풍요롭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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