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유언비어(流言蜚語)란 '흐르는 말, 벌레소리'라는 뜻에서 온 말로 '근거 없는 소문'을 말한다. 지금 진안지역에 유언비어가 돌고 있는데, '새만금에 물을 대기 위하여 용담댐을 더 높이 쌓는다.'는 내용이다.

이 소문은 환경청이 댐주변 토지를 사들이는 시책과 맞물려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파급되는 모양이다.
이 소문은 가뜩이나 침체된 지역사회의 분위기를 더욱 뒤숭숭하게 하고 있다.

댐을 더 올려 쌓는 것을 숭상(崇上)이라고 한다. 그럼 용담댐의 숭상은 가능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댐공학상 불가능하다. 아니 '더 올려 쌓을 이유도 필요도 없다.'

댐의 크기는 수자원의 용도와 경제성, 그리고 수자원 총량에 의하여 결정되는데 수자원 총량이란 그 댐으로 흘러들 유역면적과 강우량에 의해 결정된다.

용담댐의 유역면적은 서쪽 일부를 제외한 진안군 전지역, 번암, 산서를 제외한 장수군 전지역, 무주군 안성면 지역 등 930㎢인데 이 지역에는 연간 평균 1,300mm의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리더라도 그 물이 하천으로 다 흘러들지는 않고 일부는 땅속에 스며들고 일부는 증발되어 버리기도 하여 조건에 따라 다르다. 가물 때 5~10mm 정도 비가 와봐야 하천 물은 거의 불지 않는다. 반면 여러 날 집중호우가 내리면 흡수량과 증발량이 적기 때문에 상당량이 하천으로 유입된다.

그래서 변수는 있지만 댐공학에서는 대체로 연간강수량의 약 58% 정도가 댐으로 유입된다고 본다.
이런 조건에서 용담댐의 수자원 총량은 간단히 계산된다.

930㎢×1,300mm×58%= 701,220,000㎥이므로 톤으로 환산하면 7억 122만 톤이 된다.
그런데 용담댐의 용량은 8억 1,500만 톤이므로 용담댐 유역에 1년간 내리는 빗물로도 채울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1년간에도 채울 수 없는 댐은 치명적 문제가 있다. 물의 순환이 느려 부영양화 등 수질이 악화될 염려가 크기 때문이다.

어쨌든 용담댐은 지나치게 크게 건설된 댐으로 지금도 물을 풍성하게 공급하고 있다. 전주권으로는 하루 135만 톤을 공급하는데 전주권에서는 이 물을 40만 톤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95만 톤은 만경강으로 그저 흘려보내고 있는바 이 수량이 연간 3억 4,675만 톤에 이르러 이 수량만으로도 새만금 담수호에 물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

또한 용담댐은 잉여수량이 있다. 용담댐은 당초 댐하류로 흘려보내는 수량(하천유지용수)을 초당 5톤으로 설계하였는데 그동안 지속적으로 평균 초당 11톤의 물을 방류했으므로 초당 6톤의 물을 더 방류하는 셈이니 이 수량은 연간 1억 9천만 톤에 이른다. 도수터널에 여유만 있다면 이 물을 만경강으로 넘겨줄 수도 있다.

용담댐은 2001년에 담수를 시작하였는데 물이 넘쳐 수문을 넘어간 양은 기상이변에 속하는 2003년을 제외하고는 7년간 6억 톤 가량인데 이도 상시만수위 이전에 방류한 수량이 많아 댐운용을 더 효율적으로 한다면 수문방류량을 훨씬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댐을 높여 만경강 유역으로 물을 더 공급하려면 도수터널부터 새로 뚫어야 하고 댐을 몇 미터만 더 숭상한대도 건설비 및 보상비로 수조원의 천문학적 비용이 들 텐데 겨우 그 정도의 수자원을 위해서 그런 돈을 들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따라서 용담댐을 높인다는 소문은 그야말로 유언비어에 불과하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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