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희망을 찾아서(18)
마령면 강정리 원강정마을 이춘영 씨

▲ 이춘영씨가 소에게 사료를 주고 있다.
마령면 강정리 원강정마을 이춘영씨(36)를 찾았다. 이춘영씨는 소에게 사료를 주고 있었는데, 이놈은 잘 따르고 저놈은 그렇지 않다는 등 하나하나 구분하며 말했다.

"저놈들은 거세한 수컷인데 얼굴을 잘 보세요. 암소 같죠. 수컷은 골격이 좋고 우락부락한데 저놈들은 암컷처럼 호리호리합니다. 거세 때문에 성호르몬에 변화가 생긴거죠."

36세의 젊은 나이이지만 이춘영씨가 축산을 선택한 것은 20년 전이다. 중학교 3학년 때의 이씨는 농촌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축산을 배우기로 했다.

그때까지 태권도학과를 지망할 목적으로 태권도에 열중했던 이씨는 중3이 되면서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 구체적인 장래 계획 없이 살아가는 여느 청소년들과 다르게 농촌에 뿌리박기 위한 수단으로 축산을 선택한 이씨는 전북축산고등학교 축산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 군 복무를 마친 이춘영씨는 1994년에 정읍축협에 입사해 한우계량지도업무를 시작으로 2000년에 진안축협을 퇴직할 때까지 7년간 직장에 있었다. 직장에서 축산 관련 업무를 보았지만 그간 터득한 축산 지식을 현장에서 직접 적용해 보고 싶었던 이씨는 퇴직과 동시에 한우 15마리를 시작으로 계획했던 일을 야심차게 단행했다.

인공수정사 자격증을 갔고 있던 이춘영씨는 인공수정 일을 병행하며 한우 사육 두수를 늘려나갔고, 현재 2,975㎡(900평) 규모의 축사에서 130마리를 사육중이다.

"작년에 축사 지을 때 동네에서 반대가 심했습니다."라고 말을 꺼낸 이씨는 지난날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도로 옆 1,653㎡(500평)의 부지에 축사를 신축했는데 악취를 염려한 동네 사람들이 반대 현수막을 내걸며 축사 신축 반대에 나선 것이다. 소송까지 가서 결국 '문제없음'으로 일단락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이씨 가족이 받은 마음의 상처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이씨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서 더욱 축사 관리에 신경쓰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유효미생물을 이용해 축분에서 날 수 있는 악취를 제거하고 있다는 이씨는 축사 밖으로 한 줌의 축분도 새어나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축사를 더 마련할 계획이지만 서두르지 않겠다는 이춘영씨는 "모범적인 친환경 축사를 만들어 주위 분들에게 인정을 받아서 규모를 늘리겠다."라며 그간의 가슴앓이를 쓸어내렸다.

최근 진안·무주축협과 장수축협의 합병으로 새롭게 출발한 무진장축협 이사로도 활동 중인 이춘영씨는 "지금껏 축산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지만 앞으로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새롭게 통합된 무진장축협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우리 고장 소 사육 농가는 약 960농가이고, 그 중 전업농이라 할 수 있는 50두 이상 사육 농가는 50가구에 불과합니다."

이씨는 진안군의 한우가 브랜드화되어 경쟁력을 얻으려면 축산 전업농이 더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군에서 많은 지원을 해 주었지만 경쟁력을 위해서는 지속적이고도 구체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춘영씨가 목표로 하는 사육 마릿수는 무려 700마리. "경쟁력을 갖추려면 기업형 축산이 이뤄져야 합니다. 자체적인 유통이 가능한 시스템 말이죠."라고 말하는 이춘영씨는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하나하나 현실화 시킨다는 계획이다.

12살, 10살, 8살의 삼남매를 키우며 아내 박영란씨와 다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이춘영씨를 보며 우리 군 한우 사육 농가의 희망을 보는 것 같았으며 그이의 장기 목표가 이웃들과의 조화 속에 차곡차곡 실현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구름 낀 하늘을 보며 맑게 되새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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