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구 자 인 <진안군 마을가꾸기 팀장>

진안군은 마을만들기의 원칙을 지키면서 지금까지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주민주도 상향식의 으뜸마을가꾸기, 귀농인 중심의 마을간사 제도, 주민자치센터의 평생학습지도자 제도, 마을문화조사단 운영, 지역 통째로 박물관(에코뮤지엄) 구상 등등. 모두 전국에서 처음 시작된 시도들이다.

지금까지의 성과들이 모여 마을만들기전국대회와 마을축제도 열릴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마을만들기가 진안군 전략산업의 하나로 인정받았고, 또 전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자치단체로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열악한 농촌 현실에서 시행착오도 적지 않고 마을의 변화와 발전은 아주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지역의 발전에는 지름길이 없다. 기본과 원칙을 중시하고 지난 잘못을 반성하며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갈 수밖에 없다. 여기서 기본이란 학습과 토론, 합의의 문화적 풍토를 만드는 것이다. 원칙이란 행정과 민간의 파트너십을 형성하며 주민들이 주도하는 시스템으로 하루빨리 전환하는 것이다.

학습 활동은 강연이나 포럼, 교육과 같은 형식만이 아니라 다양한 형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진안군 마을만들기의 다양한 시도는 평생학습과 주민자치, 경제자립, 상부상조 등의 네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특히 평생학습은 그 기초에 자리잡고 있으며 실천 활동과 병행된 학습 형식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학습활동에서 전문가에게 지나치게 의존할 필요는 없다. 모두가 지나치게 바쁜 현실이고 전문가 또한 마찬가지라 일상적으로 결합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외부에서 결합되는 전문가로는 한계도 명확하다. 연구용역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자문과 조언은 결국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지역밀착형 실사구시형 분야를 중심으로 상시적인 전문가 협력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나아가 우리 모두가 분야분야마다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학습활동이 축적되면 지자체나 읍면 단위의 연구소 혹은 지역학회 설립으로 발전할 수 있다. 분야별로 민간전문기구가 많이 설립되어야 한다. 특히 해방이후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향토사연구회가 중요하다. 지난 역사 속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가 숨어 있다. 너무 빠르게 변해버린 시대라 옳고 그르고를 판단할 틈도 없었고 선택지도 없었다.

연구소나 학회라 하여 거창한 건물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 또 꼭 학자들만 참여해라는 법도 없다. 공무원과 사회단체 활동가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조그만 지역사회에서도 학습과 토론, 합의를 이루어가는 민주주의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마을만들기는 지역민주주의와 함께 발전할 수밖에 없다.

현재 진안군에서는 이러한 학습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학습동아리 육성사업과 지역연구 논문 공모사업, 귀농귀촌인 창업 및 지역사회 기여 프로그램 지원 공모사업 등이 시행되고 있다. 마을만들기와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매개로 교육사업도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다. 각종 연구용역도 항상 어디선가 진행중이다.

마을조사단은 백운에서 출발하여 기초적인 문화조사와 풀뿌리 이벤트를 열심히 추진하고 있다. 또 문화원에서는 수치지형도와 항공사진을 구입하여 체계적으로 향토자원 DB정보를 축적하기 시작하였다.

이제 지역을 연구하고 토론하는 모임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지역의 학습운동을 통해 마을만들기는 더욱 진화, 발전할 수 있다. 뜻 맞는 사람끼리 동호회를 만들고 정기적으로 모여 학습하고 답사하고 토론하는 문화적 풍토를 만들어가야 한다.

주민과 공무원, 지역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런 학습운동이 우리 군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갈 것이다. 겨울철 농한기에 곧 들어가니 학습 기회를 더욱 많이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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