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장유경(귀농인)·
"지금은 참 따뜻하네요. 봄날처럼"

지난주에는 참 추웠어요.
비온 뒤에 기온이 점점 뚝뚝 내려가더니 드디어 부엌에도 영하 5℃까지… 그리곤 부엌 수도가 얼어서 나오질 않네요.

일요일에 평생학습 요가발표 연습하러 갔다가 5시간 만에 집에 돌아왔어요. 부엌에 들어서는데 입구에서 벌러덩 넘어졌어요. 바닥이 온통 물바다가 되어있더라고요. 수도 파이프에서 소방차에서 불 끄려고 물 뿜어대듯이 세게 물이 터져 나오고 있었어요.

수도 파이프가 얼었다가 풀리면서 갈라져버린 모양이에요. 심란했어요. 바닥이 흥건하고 벽까지 완전히 젖어버리고 부엌에 있는 물건은 모두 물 위에 떠 있었지요.
월요일에는 독거어르신들 모시고 간담회가 있어서 수도는 손도 못 쓰고 화요일 아침에 진안군 생활민원팀으로 전화를 했어요.

9시에 전화했는데 10시에 벌써 왔더군요. 이동섭님이랑 젊으신 남자 분이 살펴보고 일이 크다고 파이프를 떼어내고 바닥 시멘트도 깨야한다고 하더군요. 백운면에 보일러 고쳐주고 필요한 파이프와 연장가지고 다시 오겠다고 싱크대를 들어내야 하니까 물건을 옮겨놓으라고 하더군요.

11시 반에 와서 공사를 시작했어요. 중간에 식혜를 내 주니까 일할 때는 안 먹는다고 하더군요. 점심시간이 되어서 식사대접을 하겠다고 하니 같은 팀에서 함께 먹는다고 거기서 먹겠다고 하더군요.
나는 1시부터 일을 해야 해서 집에 없다고 하니까 걱정 말고 다녀오라고 대문만 열려있으면 알아서 하겠다고.

일 끝나고 집에 달려와 보니 수도가 말끔하게 고쳐져 있었어요. 파이프 두 개 중에서 한 개만 터졌는데 한쪽 파이프도 낡고 녹슬었다고 갈아주었어요. 싱크대도 제 위치에 놓여 있고 수도도 잘 나왔어요.
마음이 따뜻해오데요. 어제, 그제 물도 안 나오고 부엌은 엉망이어서 집에 있고 싶은 마음도 나지 않았는데 얼었던 마음이 스르륵 녹더라고요.

나는 작년 8월에 진안으로 이사 왔어요. 아들과 둘이서. 아는 사람들이 이곳에 귀농해 있는데 오라고 하더군요. 이제 진안에 산지 1년이 조금 넘었는데 이곳에 오래 산 것처럼 느껴져요. 마이산도 좋고 사람들도 따뜻하고.

무엇보다 진안군에 이번처럼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일이 터졌을 때 즉시 달려와서 최선을 다해서 해결해 주는 생활민원팀이 있어서 참 든든하고 고마워요.

올 봄에도 보일러가 고장 나서 연락했더니 이동섭님이랑 여러분이 와서 순환펌프로 갈아주고 세세하게 설명을 해 주더군요. 또 내가 독거노인 생활 관리사 일을 하고 있어서 독거어르신 중에서 보일러가 고장 나거나 방풍막이 필요하신 어르신들이 있어서 연락을 하면 즉시 달려와 해결해 주어요.

모르는 것이 있어서 물어보면 세세하게 설명해 주고 사후 관리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우리가 태어날 때 신이 하나씩 짝을 지어준 천사가 있는데 그들을 수호천사라고 부른다지요.
오늘은 이동섭님과 두 남자분이 저의 수호천사가 되어서 참 훈훈했어요. 덕택에 저도 진안군에 있는 여러 독거어르신들의 든든한 수호천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다시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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