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조헌철(부귀면 황금리 방곡마을 간사)·
마을간사 일본 연수를 다녀와서

일본 연수 기간 동안 규슈지방 남쪽에 위치한 아야정이라는 곳에서 3일을 체류했다. 아야정은 우리의 읍 규모 지자체로 보면 될 것이다. 일본은 우리보다는 작은 지자체들로 쪼개져 있는 셈이다.

그곳에서 유기농, 지역농산물판매, 지자체의 상황 등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작은 규모의 지자체여서인지 정치적 의견 수렴이 우리와는 달리 빠르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나 한 명의 단체장의 노력이 얼마나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규슈지방에 가면 삼나무들이 즐비하다. 70년대 일본에서는 나무를 이용해 지역경제를 회생시키려는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아야정의 정장은 그러한 정책적 흐름을 단호히 거부했다. 삼나무만 많이 심었을 때의 생태계 불균형을 우려하며 주민들을 설득시켰던 것이다.

다음 세대에게 뭘 남겨야 할지를 깊이 고민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정신들이 지역에 남아있다 보니 현 정장도 그 뜻을 이어받아 행정을 이끌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며칠을 그곳에서 생활하며 현 정장의 아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그 친구와 하루 저녁 늦게까지 술을 먹으면서 안 되는 영어실력으로 간간이 대화를 나누었는데, 나의 주관적인 생각일 수밖에 없겠지만 그의 생활수준은 나보다는 낫다는 느낌이었다. 많지 않은 농사를 지으면서도 도시에서 생활하는 또래의 친구들과 수입이 엇비슷하다는 얘기를 듣고 내심 놀라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들은 내용이지만 일본은 우리처럼 농촌으로 들어가는 것을 귀농이 아닌 취농의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한마디로 농사는 하나의 직종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아야정에서 봤던 퇴비공장도 인상이 깊었다. 지역의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해서 지역민들에게 팔아 다시 흙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은 정말 우리 지역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역 음식물도 처리하고 이것을 퇴비화하여 환경을 살리는 1석 2조의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지역의 속사정을 확인해봐야겠지만 우리보다 작은 지자체도 하는 일을 우리라고 하지 못할 것은 없다고 본다. 청정지역이라고 표방하는 진안에서 이런 시설이 생긴다면 진안의 친환경적인 이미지는 한층 더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농산물 판매장에 갔을 때의 느낌도 남달랐다. 생산자인 농민이 생산에서부터 판매까지 직접 챙긴다는 점이다. 농산물마다 생산자의 인적상황이 표시되어 있었다. 소비자는 자신이 구입하는 농산물이 누구의 손에 의해 재배되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처음 접한 것은 아니었다. TV에서 농촌관련 프로그램이 있을 때면 다운을 받아서라도 보았는데 거기서 일본의 농산물 판매에 대한 얘기들을 들어 알고 있는 터였다.

우리 지역에서도 일본처럼 농산물 판매장을 한번 해볼 수 있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 금요장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꾸준히 품질관리를 해가며 내가 생산한 농산물을 유통업자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내가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만 한다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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