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마이산 석탑관리소 이왕선 소장

만추(晩秋)를 지나 겨울 초입으로 들어선 요즈음까지도 마이산(馬耳山)에는 울긋불긋 등산복 차림의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주말과 휴일이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평생을 마이산에서 살아온 필자 견해로는 해마다 등산복 차림의 관광객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임이 틀림없다. 관광객 절반 가까이 등산복 차림을 할 정도다.

전국 여느 명승지를 가 봐도 등산보다는 관광이 주를 이룬다. 이곳 마이산 역시 예외는 아니다. 탑사(塔寺)를 비롯해 산 밑에서 보고 즐길 수 있는 관광명소가 숱한 연유에서다.

등산보다는 관광을 목적으로 찾는 방문객들이 많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요 근래 들어 관광을 겸한 등산객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마이산 주변 산의 형세가 등산 초보자들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데 찾아 볼 수 있다. 물론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는 현대인들의 기호와 등산이 맞닿아있는 점은 익히 아는 대목이기에 차치하고자 한다.

마이산 부모(父母)봉 사이로 나 있는 주 등산로가 그 한 예다. 양 봉우리와 인접한 산등성이의 능선 굴곡이 그리 심하지 않아, 오르고 내리기 부담이 덜하다.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시야가 확 트여 주변 경관이 한눈에 들어와 보는 즐거움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협곡을 따라 수십 리 길을 오르내리면서 힘이 부치기 십상인 여느 산에 비해 마이산은 오밀조밀한 야산 능선으로 여러 갈래 하산로가 마련돼 있는 점도 초보 등산객을 다시 불러들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테면, 마이산 뒤편인 마령 월운리 부근에서 산행을 시작했을 경우 마이산을 오르는 길목에 광대봉을 거쳐 보흥사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이와 연결된 고금당까지 올라가면 남부주차장까지 하산로가 나 있을뿐더러 부근 관암봉에서 봉두봉 헬기장 옆 마이산 탑 축조자 이갑룡 처사 묘소를 지나면 북부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이 또 있다.
주변 산맥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주요 등산로, 암마이봉이 휴식년제 적용으로 현재 길이 막혀 있다는 점이 '옥에 티'라면 티다.

하지만, 암마이봉 등산로의 빗장도 생태복원이 거의 이뤄지는 2010년 이후면 풀릴 예정이어서 등산 마니아들의 기대를 낳고 있다.

마이산 일대 어느 산을 가더라도 응급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매개체, 휴대전화가 잘 터지는 부수적인 여건도 매력을 더하고 있다.

이뿐이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마이산의 타포니현상과 한국의 불가사의로 소개된 바 있는 80여 기의 탑 군은 등산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기 그만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웰빙 시대, 작금의 산행명소로 손색이 없는 마이산으로 추억어린 겨울산행을 추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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