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메시지
정식소 마티아 신부 (진안성당)

하늘에는 해가 있습니다. 해는 불덩어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한 불덩어리 해가 하늘에 있으면 그 색깔이 하얗거나 붉게 보입니다. 너무 눈부셔서 제대로 볼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해가 땅에 가까이 있을 때, 그러니까 해돋이(일출) 때와 해몰이(일몰) 때에는 그 빛의 밝기나 색깔에 있어서 사뭇 달리 보입니다.

우리가 딛고 사는 땅에 해가 가까이 있을 때 그 색을 우리는 제대로 볼 수 있게 됩니다. 해가 뜰 때와 해가 지면서 생기는 노을이 펼쳐질 때면, 바닷물도 푸른 숲도 대지도 사람의 얼굴도 빠알갛게 물들여집니다.

참으로 우리가 해의 색깔을 확인하고 감동할 수 있는 시간은, 해가 우리와는 멀리 하늘 높이 있을 때가 아니라, 우리와 가까이 있을 때입니다. 세상을 온통 붉게 물들여서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 냅니다. 그런 아름다운 모습이 좋아서 사람들은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가서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도 하는 것입니다.

세상의 구원이신 분께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분이 이 세상에 오시기 전에는 창조주의 사랑을 제대로 알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은혜롭게도 세상 저 멀리에만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우리 모두가 쉽게 당신을 안아줄 수 있도록 땅의 갓난아이의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로구나! 우리를 버려두지 않으시는구나! 우리의 사랑을 원하시는구나! 우리도 사랑으로 거룩한 삶을 꾸려갈 수 있구나! 그럴 때 그분의 빛이 우리를 통해서 세상에 비쳐서 어둠과 그늘이 걷히게 되는구나. 그렇게 그분처럼 사랑할 때 우리의 본 모습이 그분의 빛에 드러나는구나!

빛이신 분, 주 예수님의 탄생으로 인하여 그분의 빛에 우리의 본 모습이 확인됩니다. 함께 살아가는 약하고 여린 이들의 모습에도 그 빛이 흘러들어가 그 빛은 다시 우리에게로 향합니다.
우리 마음을 활짝 열어젖혀 그분의 빛을 받아들입시다.

추워서, 사람과의 관계가 두려워서, 다른 사람이 의심스럽고 미심쩍어서 우리의 마음을 단단히 닫아두었다면, 이제 그 마음을 열어 아무런 무기도 갖추지 않은 그 아기를 받아들이듯이 서로를 받아들여 품어줍시다.
이웃을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그분이 주시는 사랑의 빛이 우리 마음에 가득할 것입니다.

그래서 함께 기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살아갈 때 이 세상에서, 우리 진안에서도 더 많은 이들이 희망과 평화를 노래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그분께서 주시는 평화와 은총의 빛이 여러분에게 비치고 있습니다. 그분 안에서 우리의 멋진 모습이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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