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김 주 환 <새진안포럼·진안치과 원장>

매서운 추위를 보였던 11월 겨울 초입 날씨와는 달리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경제 여건도 좋지 않은 상태에서 춥지 않은 것이 서민들에겐 오히려 다행일지 모르지만, 차라리 겨울은 겨울답게 춥더라도 경제가 보다 원활하고 민주주의가 더욱 확장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1년 전 대선에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다수의 의견을 고려치 않고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촛불의 힘에 주춤거렸던 '한반도 대운하'는 4대강 하천 정비 사업이라는 분장을 하고 다시 살아나고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한국판 뉴딜사업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뉴딜 사업은 경제 공황 당시에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이 고용을 늘리고 복지를 확대하여 경제위기를 극복한 사업을 말한다. 그러나 21세기에서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라는 대규모 토목공사는 1930년대의 미국과는 다르다. 고용도 별로 늘리지 못한다.

경제위기의 극복과는 정반대로 투기 세력에게만 이익을 주어 더욱 빈부 격차를 확대하여 경제위기를 심화시킬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 사업을 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뒤집고 있다.

지난 겨울, 기름 유출사고로 인해 검은 바다였던 태안 앞바다는 많은 국민들의 자원 봉사로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해양 오염을 막아냈다. 위기 때 마다 극복해 온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기름 유출 사고로 인한 주민 피해는 아직도 보상되고 있지 않고 고스란히 주민의 몫으로 남아있다.

심각한 일이 벌어지면 급히 끓지만 뒷마무리가 잘 안 되는 대한민국 전형적인 모습이다. 여전히 태안의 주민은 고통 받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드러난 삼성의 비자금 사건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건희 회장의 재벌 삼성측이 충분히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준 뒤에 착수된 특별 검사는 결국 삼성 비자금에 대해 아무 것도 밝혀내지 못하고, 오히려 비자금을 공식화하고 면죄부를 준 꼴이다. 사법부의 판결 또한 국민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법은 역시 가진 자의 편이라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을 떠올리게 했다.

1년 전 겨울의 상황보다 전혀 나아진 것이 없다. 오히려 더욱 암울한 겨울이 되고 있다. 국민들의 일상과 전혀 관련 없는 여가 생활인 스포츠에서만 즐거움이 있었던 것을 빼고는, 정치 경제 사회 어느 한 부분도 나아진 것이 없다.

미국 발 금융위기가 그 모든 원인인 것으로 되어있지만 우리 내부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오히려 빈부 격차가 심화되는 사회 양극화는 이명박 정부가 부추기고 있다. 부동산 정책과 부자 감세 정책이 대표적이다. 교육 또한 마찬가지이다.

입으로는 늘 민생을 말하지만 민생과 관련된 서민들의 복지 정책은 전혀 하지 않는다. 늘 이념 논쟁만 한다. 언제 될지 모르는 한미FTA 비준으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산업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미국의회가 한미FTA를 비준하리라는 기대를 하는 것은 올바른 상태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오히려 한미FTA가 무산된다면 4대 선결 조건으로 이미 내준 것을 원상 복구해야한다. 축소된 스크린 쿼터는 올해 한국 영화의 시장 점유율을 50% 이하로 감소시켰다. 다시 스크린 쿼터는 확대되어야한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당장 중단해야한다.

의약품 관련 투명성 제고라는 이름으로 값비싸게 책정된 의약품 가격은 우리 건강보험 실정에 맞게 낮춰져야 한다. 자동차 배기가스 허용 기준 완화는 환경을 위하여 당연히 강화되어야한다. 한미FTA 체결을 위한 전제조건은 현 상황에서는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이 당연하다.

이 모든 것을 이명박 정부는 절대 나서서 하지 않는다. 오직 대중의 힘으로만 가능한 것이다. 나와 우리의 연대의 힘만이 그것을 해낼 수 있다. 비록 목표를 이루지 못했지만 지난 봄과 여름의 촛불과 같은 대중의 자발적인 연대의 힘이 필요하다. 그 촛불은 바로 나이고 당신이고 '우리'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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