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내 인생의 Turning Point 국외 연수
이슬기 전북대학교

▲ 이슬기 학생
"생애 첫 어학연수"라는 기회를 얻어 일본에 온지가 엊그제 같은데, 귀국하고서 2개월이라는 빠른 시간이 흘렀다. 군에서 실시하는 첫 국외연수 장학생 모집 공고에 과연 합격이 될까, 불안해하며 원서를 접수하고, 면접을 봤던 게 아직도 생생한 데 말이다.

지금까지 일본어를 공부하면서도 일본에서 어학연수를 하게 되리라는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던 나인데 이렇게 빨리, 그것도 진안 국외연수 장학생이 되어 일본에 오게 된 것을 생각하면 정말 내 인생의 전환점, 'Turning Point'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그렇다. 나는 이번 기회를 Turning Point라고 정의했다.

요즘 시대에 대학생이면 기본적으로 한 번 정도 다녀온다는 어학연수. 그러나 이것은 어찌 보면 불평등의 신호이기도 하다.

한국은 수도권 지역의 교육집중 현상이 매우 심한 나라이다. 국립 지방대보다 서울에 있는 웬만한 대학들이 더 유명하고 취직은 물론 사회에 강한 영향력을 좌우한다. 이력서에 어학연수 경험을 써 넣는 것은 이젠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닌게 되어 버렸다.

세계는 점점 국제화가 되어 가고 있고 한국 역시 이 대열에 합류한 지 오래전 일이다. 세계 공용어가 영어인 것은 변함이 없지만, 세계는 이제 영어 이외의 제2외국어, 제3외국어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보면 이번 전라북도 국외연수 장학생 프로그램은 전라북도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인재양성 프로그램에서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처음 일본에 도착했을 때는 한국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분위기에, 지금까지 내가 그렇게 그리고 그리던 일본이 이런 곳이구나, 라는 실망감이 먼저였다. 무엇인가 아직 여행을 하는 기분, 외국이라는 감정보다 한국의 큰 도시에 온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조금씩 일본에서의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점점 현실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지금까지 내가 알던 한국이 얼마나 작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 작은 시골, 진안에서 자라온 내게 있어 서울만으로도 동경의 대상이었던 나에게 일본의 도쿄는 서울의 몇 배나 큰 존재였다.

내가 일본에 와서 얻게 된 것 많은 것이 있지만, 그 무엇보다도 우리나라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 전라북도 안에서의 나는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다. 좁은 우물 안에서 올려다 보이는 하늘이 전부라고 생각했으며, 내 시야는 그것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에 와서 내가 지금까지 태어나고 자라온 나라, 한국, 그리고 한국인이라는 나에 대해 훨씬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은 틀림없다고 확신한다.

한국과 일본, 역사적인 시점으로만 본다면 아직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많지만, 세계적인 시점에서 본다면 일본은 선진국, 세계 강대국 중의 하나임이 분명했다. 아시아라는 큰 울타리 속에서, 어떻게 일본이 서양인들의 영혼을 매료시키는 나라가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일본은 자신들의 문화, 트랜드를 수출하는 분명한 선진국이다. 일본은 자신들의 문화와 역사를 판다. 단순히 외국인들에게 역사 속의 문화재만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한 문화를 파는 것이다.

유카타와 기모노, 그리고 온천은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이다. 일본은 자신들의 전통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그들이 먼저 즐겨 찾는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같은 경우, 결혼식이 아니고서야 한복을 입지 않는다. 내가 아주 어릴 적에는 명절에도 한복을 입었던 기억이 나지만, 요즘은 어린 아이들도 명절에 한복을 입지 않게 되었다. 단순히 결혼식의 폐백, 혹은 결혼식에 관련된 가족들이 입는 하나의 관례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일본은 다르다. 이들은 여름이 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유카타를 입고 다닌다. 유카타를 입고 불꽃놀이를 보러 가기도 하고, 유카타를 입고 마을 축제를 즐긴다. 좀 더 평범한 상황을 예로 들면, 유카타를 입고 놀이동산에 놀러 가기도 한다.

그리고 결혼식 이외에도 기모노를 입고 다도를 즐기기도 한다. 일본의 문화는 우리나라처럼 한정된 상황에서 연출된 전통이 아닌, 이들의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당연한 현실인 것이다. 서양 사람들은 일본의 이러한 모습에 매료된 것이 분명하다.

그들은 바보가 아니기에, '무대'와 '현실'을 충분히 구분할 줄 아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한복은 세계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을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고 나는 자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전통이 한정된 무대에서 연출된 듯한 상황을 보일 때마다 많은 아쉬움에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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