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식 금양교회 담임목사

1979년 유신치하 독재를 반대하다가, 대전 교도소에 갇혔던 어느 목사의 고백을 들었다. 그는 감옥에서 20년 징역살이한 무기수 공산당 간첩을 만나, 사상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먼저 목사가 질문하기를, “안 선생, 나는 박정희에게 회개하라고 촉구했다가 6년 징역을 언도 받았는데, 평양에 가서 김일성에게 회개하고 하야하라고 하면, 얼마나 징역을 받을 것 같습니까?”라고 물으니 그는 대답하지 못하고 머리를 떨구었다. 목사는 말 못하는 간첩에게 “최하가 사형일 것이요, 박정희가 독재를 해도 민주주의 체제이니까, 감옥살이도 시키고 재판도 하는 것이요. 민주주의 체제가 공산주의보다 훨씬 우월한 체제인 것을 인정하시요!”하면서 다그쳤다. 그러자 잠시동안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머리를 들더니 “고선생, 이번에는 내 질문에 답변하시오! 20년 동안 감옥에서 성경을 읽었는데, 마태복음 25장에는 이런 구절이 있지요. 너희가 굶주린 자와 감옥에 갇힌 자를 돌아보면 천국에 갈 것이요, 그렇게 아니하면 마귀를 위하여 예비된 지옥에 가야한다고 했는데, 나는 감옥살이 20년 동안 한번도 전도를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5만 교회 1천만 성도를 자랑하는 기독교가 감옥에 갇힌 무기수는, 고작 60명에 불과한데, 한번도 전도하거나 위문을 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이제 어리석은 기대를 포기했습니다. 앞으로도 전도하려고 감옥에 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헌금을 아니하는데, 목사들이 왜 감옥에 전도하러 오겠습니까? 우리가 매달 100만원씩 헌금을 바친다면 아마 줄을 이어서 전도하러 올 것입니다. 나는 20년 동안 감옥살이를 해도, 교회에서 차입하는 빵 한 조각 우유 한 컵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천당과 지옥이 있다고 하는 목사와 신도들의 행동을 보면, 천당과 지옥이 없는 것이 확실합니다.” 이에 충격을 받은 고목사는 출소한 뒤에, 무기수들에게 영치금을 차입하고 도와주어, 기독교와 교회를 무시하는 마음을 돌이켰다고 한다. 기독교 국가였던 러시아가 소련 공산당에 의해 몰락한 이유는, 부패한 지배층과 한 배를 탔기 때문이다. 교회들은 부패한 지배층을, 하나님 축복을 받은 자들로 변호해주고,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은 외면하였다. 그 결과 대다수 굶주림에 지친 농민들은, 교회에 등을 돌리고 공산당을 지지하고 말았다. 러시아 정교회가 빈부고하(貧富高下)를 막론하고 최소한, 중립에 서서 좌우로 치우치지 않았다면, 스탈린에 선동된 교회 말살 정책과 피의 숙청의 재앙을 막았을 것이다. 소련 공산당은 몰락했다. 이는 공산주의 허구를 증명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약육강식(弱肉强食)으로, 민주주의가 약자와 약소국가를 외면하고, 강자와 강대국을 위한 민주주의로 진행된다면, 또 다시 공산당 같은 사상이 출현하여 갈 바를 알지 못하는 백성들을 삼키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는 주의 영이 임하면 가난한 자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게 되고, 상한 자를 치료하고, 눌린 자를 풀어주고 갇힌 자에게 자유를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따르는 교회가, 이 십자가 지기를 등한시한다면, 감옥에 있는 무기수의 비판이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은 교회를 떠나 공산당 같은 망할 사상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노동자, 농민, 소외 계층을 위한 정치를 표방한 노동당에, 국민들은 많은 지지를 보냈지만, 기독당은 기독교인에게도 지지를 받지 못했다. 이는 교회가 세상에서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암시해 주고 있는 것이다. 십자가보다, 자신을 더 사랑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필자 때문에 실족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진실로 참회하면서 필자를 불쌍히 여기시고, 삯꾼 목사가 되지 않도록 2004년 전 이 땅에 오신 주님께 기도한다.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