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오늘 날자 <잡동사니> 난에서는 "독자여러분 기축년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십시오." 하고 새해 인사를 드려야 마땅하나 이는 맞는 말처럼 보여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아직 기축년은 아니기 때문이다.

동양에서는 우주의 생성과 순환을 음양오행의 섭리로 파악하여왔다. 이를 숫자, 특히 시간의 흐름에 적용할 때에는 십간십이지를 조합하는 60갑자, 줄여서 육갑을 사용하였다. 그런데 이 육갑이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속담에, 격에 넘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조롱하여 '병신이 육갑한다'라고 했다. 병신이라도 정신에 큰 결함이 없는 한 육갑을 못하라는 법이 없다. 따라서 잘못된 말이기도 하고, 또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이니 삼가야 될 말이다.

각설하고, 십간은 천간이라 해서 하늘에 배속시키고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의 10자를 쓴다. 10을 쓴 이유는 천간은 하늘이라 모든 숫자를 망라함이었을 것이다.
십이지는 지지라 해서 땅에 배속시키고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의 12자를 쓴다.

십간은 하늘에 응하므로 우주의 공간을 의미하고, 십이지는 시간의 흐름을 의미했다. 그래서 하루는 12시간이요, 일 년은 12달이다. 한 달도 12일로 했으면 좋겠지만 달의 공전이 29일이므로 그럴 수는 없었다. 지금 일 년이 열두 달인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처음에는 음력을 사용했던 관행 때문일 것이다.

위의 십간마다 12지를 하나씩 결합시키면 2가 남는다. 남는 2부터 다시 십간을 결합시키면 60번 만에 다시 제 갑자가 돌아온다. 이를 60갑자라 한다. 갑자(甲子)란 십간십이지를 조합할 때 甲子, 乙丑, 丙寅, 丁卯 등으로 전개되는데 이 중에 처음이 갑자이므로 붙은 이름이다. 60갑자는 세월의 순환 1기를 의미하므로 사람도 60갑자를 맞으면 환갑, 또는 회갑이라 해서 경축을 해주었다.

문제는 연수(年數)를 표기할 때 갑자로 표기한 점이다. 이 습관 때문에 오래된 건물이나 문서의 제작연도를 판별할 때 애를 먹기도 한다. 연호(年號)가 없이 갑자만 쓰면 60년 이내는 별 문제가 없지만 120년 180년, 240년 300년 … … 등 오래되면 어느 해 갑자인지 알아볼 재간이 없게 된다.

우리나라는 대개 중국의 연호를 빌려서 썼는데 청나라 이후 청나라는 오랑캐가 세운 나라라 해서 청의 연호를 기피하느라 그런 비합리적인 습관이 붙었을 것이다.

아무튼 매년의 태세(太歲), 매월의 월건(月建)과 매일의 일진(日辰)은 음력을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양력에는 적용할 수 없다. 그래서 양력으로 새해 인사드린다.
"잡동사니 독자여러분, 2009년에도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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