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민심은 천심이라고 한다. 백성의 마음이 곧 하늘의 뜻이라는 말인데 이처럼 하늘같은 백성이지만 예로부터 하늘로 대접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접받기는커녕 피지배자로서 지배자에게 재화 또는 노동이나 제공하는 노예적 존재이거나 지배자에게 훈육되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되었다. 심지어 세종대왕조차 '어린 백성을 어엿비' 여겨 훈민정음을 반포한다고 했다.

근현대의 민주국가에서는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 한다. 우리나라도 헌법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여 민주국가임을 천명하였다.
하지만 국민이 나라의 실제 주인 행세하는 경우는 투표장에서나 가능할 뿐 나머지는 피지배자에 머물 뿐이었다.

그래서 나라의 주인이란 뜻의 국민이란 의미가 모호해진다.
그래서 정치적 의미로는 국민이란 말보다는 인민(人民)이란 말이 더 적절하였다. 그런데 인민이라는 말은 공산당 정권이 잘 사용하는 말이므로 함부로 인민 운운하다가는 반공법에 걸릴(?) 염려도 있어 다른 말을 찾아보다가 인민대중(人民大衆)의 준말인 민중(民衆)이란 말이 등장하기에 이른다.

여기에서 민중의 뜻은 지배계급과 대립되는 피지배계급으로서의 일반 대중을 가리킨다.
하지만 민중을 단순하게 이해하기는 힘들다.

마키아벨리는 일찍이 "민중은 집단을 이룰 때에는 대담하지만 개개인으로 있을 때에는 무력하다."고 했다.
또 키케로는 "민중만큼 정해지지 않은 것은 없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만큼 애매한 것은 없으며, 선거인의 전체 의견만큼 허위적인 것은 없다."고도 했다.

여기에 주베르는 "민중의 최대 욕구는 통치되는 일이며, 민중의 최대 행복은 잘 통치되는 일이다."고 갈파했다.

이처럼 민중은 어처구니없게도 허점이 많다.
지배계층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래서 민중의 정치적 관심이나 비판력을 둔화시킴으로써 충성심을 조성하는 정책, 즉 우민화(愚民化) 정책을 쓰기도 하는 모양이다. 5공 시절에 정부는 스포츠(Sports), 영화(Screen), 섹스(Sex) 산업 육성에 공을 들였는데 이를 3S라 하여 정부의 우민정책의 일환이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헤로도토스는 "한 사람의 인간보다도 민중을 속이는 편이 더 쉽다."는 말을 했는데 맞는 말인 것 같다. 우리나라의 민중들은 경제를 살린 다는 말을 믿고 이명박 정부를 선택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와 여당은 경제를 살린다는 엉뚱한 이유를 들어 언론, 통신, 집회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한 논란이 많은 법개정안을 다수의 힘으로 관철시키려는 시도를 계속중이다.

민중을 적당히 통제하면 순치시킬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김수영 시인은 그의 '풀'이라는 시에서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고 노래했는데 여기서 풀이란 민초(民草)로 대변되는 민중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 민중은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지만 바람보다도 더 빨리 일어난다. 민중을 억압하여 영구독재를 꿈꾸던 정권은 결국 모두 실패했다.

더구나 지금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쌍방향통신이 보편화된 세상이다. 그러니 그런 시대착오적인 시도가 성공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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