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발 먹은 날
진안 송풍초 5년 허순호
 
엄마가 병원에 있는 아빠한테
배고프냐고 전화했다.
아빠는 배고픈데
안 먹는다고 했다.
엄마는 아빠가 걱정스러운지
밤에 금산으로 족발을 사러 갔다.
엄마가 입원실로 가서
족발을 먹으라고 했다.
아빠는 엄마 마음을 모르는지
"머하러 사와~"하며 가라고 했다.
엄마가 집으로 가면서 나보고
"순호야, 커서 결혼하면 아빠처럼 각시한테 그러지마."
집에 와서 아빠 없이 쓸쓸하게
족발을 먹었다.(2008.6.19)



새싹
6학년 ○○○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은
우리 언니 얼굴에 돋아나는 여드름 같아요.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은
하루 신고 구멍나서
삐죽이 양말 밖으로 나온
우리 아기 발가락 같아요.

■ 함께 나누는 생각 ■

보통 어른들은 아이들이 이런 글을 쓰면 창피하게 왜 집안일을 쓰냐고 혼내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혼난 아이는 아마도 항상 글을 쓰면서 솔직한 글은 쓰지 못할 것이고, 글을 쓸 때마다 어른들 눈치를 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없는 말을 지어가면서 있지도 않은 일을 만들어 자랑하거나 꾸미는 경우도 생기게 될 것이다. 하지만 순호는 참 솔직한 아이다. 물론 순호 부모님도 이런 글을 썼다고 결코 혼내는 법이 없다. 참다운 글은 첫 출발이 솔직함에서 오는 것이지 멋을 부리거나 기교를 부리는 데서 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면 두 번째 시를 살펴보자. 아마도 이 시를 보고 잘 썼다고 생각하는 동무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새싹 시는 실제로 새싹을 들여다보고 느낀 자연스런 마음을 쓴 글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머리 속으로 말을 만들어 맞춘 것이어서 읽는 사람에게 어떠한 감동도 줄 수 없는 것이다. 단순히 재미있는 표현이 있다고 해서 좋은 시가 될 수는 없다. 시는 솔직함과 감동에서 나오는 것이지 말장난은 절대 시가 될 수 없다.

특히 어린이 여러분들이 쓰는 어린이 시는 남의 글을 모방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진정으로 표현하는 데서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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