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상전면 수동리 김재환

열네 해 전 l월 초, 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연상케 할 정도로 눈이 많이 내린 겨울의 한 가운데에서 멀리 비켜 있었다.

1995년도 결산을 서둘러 마치고, 12시간의 비행 끝에 남극이 가까운 뉴질랜드의 가을을 즐기고 있었다. 양떼와 사슴목장으로 이어진 끝없는 초원은 오존층 파괴가 원인인지 빛의 색감이 우리나라와 크게 달랐다.

자연이 잘 보존된 나라답게 거리와 도로, 주변 환경이 무척 청결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자동차 못지않게 요트가 많은 나라, 사람보다 양과 사슴이 많고 소와 말이 많아 목축업 선진국다운 면모가 저절로 느껴졌다.

자동차 여행을 하다 보니 가끔 길가에 꽃다발이 걸려있는 십자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의아했었다. 교통사고로 숨진 사망자를 추모하는 표지이며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깨우치기 위한 위험 표지판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한 배 반 넓이의 국토에 인구는 호남인구와 엇비슷하니 사람보기가 별보기 만큼이나 어려웠다. 비교적 사계가 뚜렷한 북섬과, 남극이 가까운 설국 남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북섬은 북한 크기와 비슷하고 남섬은 남한 넓이의 한 배 반이다.

인구의 반 이상이 제1의 도시 오클랜드에 살고 있다. 몇 십Km를 달려야 조그만 도시가 하나씩 있고, 그저 초원엔 양떼 사슴의 무리 등 가축들의 낙원이었다. 자연 소형항공기와 요트가 발달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동차 사고가 나면 인적이 드물어 발견하기가 쉽지 않단다.

병원 후송시간이 길어 대부분 사망사고로 이어진다고 한다. 대부분 수천 에이커의 목장 내에는 소형 항공기 활주로와 골프장이 있고, 항공기로 오클랜드에서 출퇴근을 한다고 하니, 인구 밀도가 세계 3위인 우리나라에서 살던 나로서는 동화속의 천국이란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도로는 사고를 간접적으로 유발시키는 곳이 많다. 도로 설계와 시공의 오류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설계 시공되어야 할 것이다. 짧은 기간 내 준공을 하고 계속 보수, 보강공사를 하는 일이 너무 잦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사고가 많이 난 뒤에 개선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중앙 분리대 등 안전시설을 지속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엄청나게 늘어나는 차량에 따라 도로도 수없이 신설 또는 확장되고 있다. 운전자는 안전운전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정신무장을 해야 할 것이다.

교통사고가 잦은 겨울철, 도로사정이 좋지 못한 길가에서 사고 잔해와 사고 현장조사 흔적을 자주 보곤 한다. 그곳을 지나려면 늘 불쾌하고 께름칙하다. 자동차 유리조각과 펑크 난 타이어 조각, 파손된 범퍼, 스프레이로 표시한 자동차사고 흔적들이 오랫동안 남아 있다.

가해자이거나, 피해자일지라도 사고 현장은 가기 싫은 곳이다. 특히 사망사고 관련 유가족이나 친척, 친구들이 그곳을 지나칠 때는 등골이 오싹하다. 한동안 그 길을 피하여 돌아가기도 한다. 정말 보기 싫고 혐오스러운 흔적이다.

자동차보험회사나 차량 견인회사는 사고차량 처리 시 각종 잔해를 말끔히 치워 주었으면 한다. 경찰은 사고조사 뒤 표시한 흔적을 말끔히 지워 주면 좋겠다. 도로공사나 국토관리청은 사고현장의 망가진 시설물은 하루빨리 보수했으면 좋겠다. 이것이 곧 국민에 대한 따뜻한 배려이고 봉사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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