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 은빛통신원 김창현

아이들이 없는 겨울 냇가는 쓸쓸합니다. -고향마을 아파트 경비실 앞에 썰매 3개를 준비해 놓았습니다. 자녀를 둔 부모님께 빌려줍니다. 자녀들과 아파트 뒤 응달진 냇가에서 타셔요. 타고난 썰매는 제자리에 놓기만 하면 됩니다. -
 
요 며칠 사이 눈도 오고 추위다운 추위가 오더니 냇물이 얼었다. 아침 햇살이 퍼진 시간. 고향마을 아파트 냇가에서 학천 냇가, 우화정 냇가를 지나 숲(마이지구대 뒤에 큰 느티나무가 있는 마을) 냇가까지 거닐어 보았다. 물은 얼었지만 아이들은 없다. 지금 이 시간 아이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학원? 컴퓨터 게임? 추워서 방에?

어릴 적 햇살이 퍼진 겨울 냇가는 아이들로 가득했었다. 썰매를 타는 아이, 썰매를 끌어주는 아이, 밀어주는 아이,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지는 아이, 넘어진 아이를 보고 재미있다고 깔깔대는 아이, 큰 돌을 주어다 얼음을 깨고 구멍을 내는 아이, 물에 빠져 젖은 양말을 말리려고 모닥불을 피우는 아이, 바람소리, 바람 가르는 소리, 고함소리, 웃음소리, 피어오르는 모닥불 연기.

예전의 어린이들은 썰매타기 놀이를 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진화하면서 성장했다. 썰매타기에는 호이징가의 호모 루덴스와 다윈의 진화가 숨어있다. 네덜란드 역사학자 요한 호이징가는 놀이는 사회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는 인간의 본질을 정의하는 호칭으로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이 용어를 호모 사피엔스(사유(思惟)하는 인간), 호모 파베르(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와 같은 동렬에 올려놓았다.

금년은 진화론자 다윈이 태어난 200년이 되는 해이고 종의 기원을 쓴 150년 되는 해다. 썰매타기는 어린이들의 변이와 진화의 기회가 되기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변이와 진화의 도구 썰매. 썰매라는 도구는 예전에는 초등학생이면 한 번쯤 만들어 보았던 손수 제작물이다. 썰매타기는 맹추위를 이기한 생기 넘치는 겨울철의 대표적인 놀이다. 썰매타기는 썰매를 탄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놀이다. 썰매를 타면 체력도 길러지고 인내심도 생긴다.

썰매가 없으면 빌려 타고 있으면 빌려준다. 밀어주고 끌어주며 모르는 사이에 길러진 바람직한 또래들끼리의 인간관계. 힘차게 앞으로 미끄러져 나가는 썰매위에서의 심호흡에서 길러지는 호연지기. 물에 빠져 젖은 양말을 말려 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던 문제해결력. 예전 어린이들은 썰매타기라는 놀이를 통해서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변이되고 진화되며 성장했으리라.

놀이도 진화한다. 놀이의 계통도에서 썰매타기 놀이는 사라지는가? 지금의 아이들은 썰매를 안탄다. 다른 놀이를 한다. 맹추위를 이기며 썰매를 타던 아이들의 냇가. 지금은 아이들이 없어 생기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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