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 … 마령면 계서리 서산마을

▲ 삼베를 삼는 모습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모습이다. 삼벵의 끝을 맞대고 비벼 꼬기 위해 마재순(70)씨가 섬유를 가늘게 찢고 있다.
대마초를 재배하고 있는 곳이 우리 지역에 있다.
이곳은 공식적으로 허가를 받아 대마초를 재배한다. 그곳이 바로, 마령면 계서리 서산마을이다.

예로부터 대마는 마라고도 불리는 삼이다. 대마는 삼을 재배하는 것으로 재배 역사가 가장 오래된 작물 중 하나다. 이 마을에서는 대마초를 농가 소득을 올리는데 사용한다.
대마는 주로 섬유를 얻기 위해 재배되는데 서산마을이 마령면사무소의 허가를 받아 재배하고 있다.

대마 줄기는 삼베를 짜는데 사용된다. 물론 열매는 향신료의 원료로 쓰이기도 하지만 이 마을에서는 대마만 수확하고 갈아엎는다. 삼베 원료를 가공하기 위해 아침밥 먹고 자정까지 한시도 앉아있을 새가 없다. 서산마을에서 마을 어르신들을 만나보았다.
 

▲ 삼베를 만들고 있는 이순득(90) 할머니
◆전통을 잇는 곳, 서산마을
삼베옷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섬유를 서산마을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 마을에서 생산하는 삼베는 100% 믿을만하다. 중국산이 아닌 국산이기 때문이다.

농민들이 직접 씨를 뿌려 수확하고 있다. 삼베의 원료가 되고 있는 대마초는 2월에 논과 밭에 씨를 뿌려 7월 초순쯤 수확을 한다. 이처럼 수확한 삼베 원료는 마을 여성들에 의해 마무리 작업으로 이어진다.

임실에서 이 마을로 시집온 마재순(70) 할머니는 큰아이 때부터 삼베를 만졌다고 한다. 시집오기 전에는 삼베를 만질 일이 없었는데 서산마을 와서 처음으로 만져본 것이다.

"내가 마을에 시집오기 전부터 했으니까 아주 오래됐지. 오래전부터 했어. 옛날에는 이런 것으로 혀서 옷을 입고 살았지. 여름에 양반들이 많이 입고 다녔어. 지금도 적삼 윗도리, 아랫도리 등 노인양반들이 간혹 입고 다니더구먼."
 
◆진짜 삼베, 입어보셔요

예로부터 서산마을에서는 삼베농사를 많이 했다. 이 마을 주민들이 전부했을 정도였다.
400여 필(60cm×20자 = 1필)을 만들기에 충분했는데 지금은 200여 필의 원료에도 미치지 않고 있다.

지역마다 상조회가 늘어나면서 삼베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상조회에서 모든 것을 준비해 줘 별도로 삼베옷을 구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삼베옷을 구입하기 위해 찾아오는 발길이 뜸해졌다. 또 최근 들어서는 삼베옷을 입고 다니는 노인도 줄었다.

소비자들이 줄어들면서 지역 주민들의 의욕도 줄었고, 노동의 대가만큼 농가소득에도 도움이 안 돼 이런저런 점 때문에 갈수록 삼베를 재배하려는 주민 수가 줄고 있다. 이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고은숙(53)씨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 삼베를 만들고 있는 최경자(57) 씨
"상조회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많이 팔았죠. 그런데 상조회가 생기면서 판매가 줄었어요. 마을에서 삼베 1필에 25~28만 원에 팔았어요. 그런데 노동력에 비하면 남는 것이 없었죠. 재배해서 생산하고 가공까지 하는데 필요한 노동력이 많이 소요되죠.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아요. 삼베가 잘 나갈 때는 5~6필에 125~150만 원으로 판매되었죠. 지금도 가격은 예전과 똑같아요. 물가가 오른 만큼 삼베 가격도 올라야 하지만 여전히 동일한 조건으로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삼베 섬유 생산, 전통 없어질 듯

앞으로 삼베 생산을 찾아보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을 주민들이 삼베 생산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삼베만 잘 팔려도 유지를 하겠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통을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이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소득이 줄어 더는 전통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

"우리도 이제는 사표를 쓸려고. 삼베를 삼는 것이 사람을 잡는 거야. 놀러 못 가지, 다리 아프지, 허리 아프지, 눈도 안 보이지. 젊어서는 다했는데 이제는 힘들어 못해. 양잿물에 삶아야지. 그런 다음에 가늘어진 삼베를 풀 메기고 달여야지. 정말 힘들어. 그뿐만 아니고 삼베를 이어서 베틀에 짜야지 너무 힘들어. 지금 새댁들은 모를 거야."

▲ 삼베를 만들고 있는 정인순(73) 할머니
정순임(70)씨가 말했다.
이처럼 어려운 작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없다. 그런데도 무주와 임실에서는 서산마을로 견학 온다. 삼베를 재래식으로 작업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이다.

서산마을을 삼베 전통마을로 만들면 더 많은 사람이 몰려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조차도 이제는 더는 어려울 것 같다. 이 마을 주민들은 올해 삼베 판매가 괜찮으면 좀 더 유지할 생각이지만 판로가 없으면 손을 놓겠다는 생각이다.
 
◆성수기 때는 1억 원도 판매
서산마을에서 판매하고 있는 삼베는 성수기 때 최대 1억 원 이상이었다. 주민들에게는 농외소득이 되었던 것이다. 속된 말로 목숨을 걸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2년 전부터는 판매가 안 되고 있어 계속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이다.

"예전에는 1년 농사지으면 먹고살았어요. 살림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죠. 그러니까 목숨 걸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판매가 안 되다 보니 더는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고 있죠. 그래서 어르신들과 모여 하는 말이 그만하자고 하십니다. 지금 생존해 계신 분들이 손을 놓으면 전통이 끊기죠."

우리 군에 남아 있는 '전통 삼베'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 삼베를 만들고 있는 고은숙(53) 씨
▲ 정순임(72) 할머니가 마을회관에서 삼베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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