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이야기74 상전면 주평리(4) … 원가막마을
마을 찜질방에서 피로 풀고 꽃사과나무 싱그러워

▲ 왼쪽부터 김옥례(79), 백점성(80), 박옥순(90), 원오목(72), 창규인(74), 황양순(74), 김봉순(75), 박순임(75), 정묵단(80) 할머니
'마을의 앞뒤를 산이 가로막아 산막지대를 이루고 있다.' 하여 가막이라 불린다는 원가막마을을 찾았다.
마을 입구에 세워진 '원가막농촌건강장수마을' 표지판과 오른편으로 고목이 물길을 따라 횡렬로 길게 늘어져 있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마을 어귀 고목들은 수구맥이 숲을 이루어 마을의 가림막 역할을 한다고 한다. 수구맥이 숲은 풍수상 일종의 비보림이며 마을을 감추어 주는 보호림 또는 방풍림인 것이다.

마을 어귀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진입로 변에는 꽃사과나무가 지지대에 의지한 채 일렬로 심었다. 꽃사과나무는 회관 내에 설치된 찜질방과 함께 농촌건강장수마을 사업비로 2007년도에 심었는데 식재 이듬해부터 꽃이 피어 마을 주민들에게 큰 기쁨이 되고 있다.

마을에 들어서면 우선 스피커가 달려 있는 높다란 탑이 눈에 들어온다. 다른 마을 같으면 회관 건물 옥상에 달려 있는 게 예사인데 원가막은 달랐다. 27가구 56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아담한 마을인 걸 생각한다면 이장의 안내 방송이 안 들리는 곳이 없을 듯했다.
 

▲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우물
산제와 고목제로 유명했던 마을
지금은 단절됐지만 원가막은 산제와 고목제로 유명했다. 산제는 정월 초사흗날 치러졌는데 마을 입구 수구맥이 숲 고목에 금줄을 치고 조탑에 흰 백지를 끼운 왼새끼를 둘렀다.

수구맥이 숲에는 개울을 중심으로 양쪽에 2기의 돌탑을 세웠으며 그 옆에 목장승 2기를 세웠는데, 목장승은 정월 초이튿날 제작하였으며 해마다 새로 만들지 않고 장승이 썩어 넘어지면 다시 세웠다고 한다.

제관으로 선정된 사람은 몸과 마음을 정결하게 하고 제물을 준비했다. 그날만큼은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식사를 하기 위해 닭죽을 끊였다. 제사 비용은 섣달 그믐날 이장이 가호당 쌀 한 되를 걷어 제물을 준비했다.

화주가 제물을 지고 제관과 함께 산제당에 올라 제사를 지냈다. 새벽 4시경 산제가 끝나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마을 부녀자들이 제삿밥을 새로 지어 아침 6시경 수구맥이 숲으로 가서 고목제를 지냈다. 산제와 고목제가 끝나면 제관 집에 모여서 축원해 주며 술 마시고 놀았다.

2월 초하루에는 마을에 짐대를 세우는데, 초하루 아침 식사 후에 마을 장년들이 인근 산에 가서 전봇대 크기만 한 아름드리나무를 떼어 와서 수구맥이 숲을 지나 마을로 가는 중간에 세웠다.

짐대에는 오리 3마리를 나무로 깎아 얹혀 놓았는데, 두 마리의 머리 방향은 서쪽 방향으로 세우고 1마리는 동쪽 방향으로 세웠다. 지금도 짐대가 세워졌던 곳을 마을 사람들은 '짐대거리'라 부른다.
 

▲ 안효성(67)씨가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소들에게 볏짚을 먹이로 주고 있다.
고령화로 새로운 일 시작 어려워
현재 원가막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포장이 잘 되어 있어 아무 불편이 없지만 예전에는 좁은 산길뿐이었다고 한다. 진안중학교를 걸어서 다녔다는 우장희(69) 이장은 "연치고개를 넘어 현재의 중기마을 골짜기를 통해 진안읍에 다녔다."라며 예전의 원가막 시절을 회상했다.

원가막마을도 다른 마을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노인들로 구성돼 있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도 대부분 텃밭 정도의 농사를 짓는데 그친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마을 공동 사업을 이끌어 가는 일도 쉽지 않는다고 한다.

우장희 이장은 "마을에 회갑 안 지난 사람 몇 안돼 뭔가 하고 싶어도 뜻을 세우기 힘들어 그럭저럭 지낸다."라며 안타까움을 얘기했다. 또한 우 이장은 "읍에서 지원을 해 줄 테니 친환경인증을 받으라고 권하는데도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아 못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회관 앞마당이 잔디로 덮여 있어 마치 공원같다. 회관 뒤편으로 찜질방이 보인다.
건강 장수마을로 거듭나
3년 전 농촌진흥청에서 주관하는 농촌건강장수마을로 선정돼 마을회관에 찜질방이 증축되었으며 회관 앞마당이 공원처럼 잔디가 깔리고 마을 진입로에 꽃사과나무를 심는 등 마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전기료가 아까워 남녀 각각 1주일에 1번씩만 사용한다는 찜질방은 마을 주민들로부터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마을까지 들어오는 버스가 하루에 6회뿐인 원가막에 귀농인이 들어올 예정으로 있어 마을에 또 다른 변화가 이루어질지 짐짓 관심이 모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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